<조> 사랑을 완성하는 건 결심이다

기존 AI 로맨스 영화를 넘어 <조>가 성취한 것

by 씨네프레소

AI와 인간의 사랑 다룬 수많은 영화 속 <조>가 도달한 사랑에 대한 정의

이제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는 영화를 차별화하기 어렵다. AI와 인간의 사랑은 이미 낡은 이야기 소재일 뿐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4735만 달러 가량 벌어들인 <그녀>의 성공이 있기에 유사한 소재를 끌고 온 <조>에서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완 맥그리거는 사랑에 서툰 남자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장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확실히 기존 AI 영화가 건드리지 못했던 부분에 호소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질문 끝에 도달한 사랑에 대한 정의다. 영화의 타이틀롤인 조(레아 세이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하는 연구소 직원이지만, 자기 자신이 인공지능일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다.

레아 세이두는 러닝터임 내내 애틋한 눈빛으로 이완 맥그리거를 바라본다.

당신은 AI고, 나는 설계자야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조에게 연구소 동료 콜(이완 맥그리거)은 말한다. 사실 당신은 AI라고. 나는 당신의 개발자라고.


영화는 여기에서 조금 불분명하게 진행되는데 그건 콜과 동료들이 이 실험에서 설계해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로봇끼리 느끼는 애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조가 콜에게 그랬듯 로봇이 인간에게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또는 조가 콜을 좋아하게 되고, 거기에서 콜이 조에게 진실을 털어놓은 뒤 조의 반응을 측정하는 것까지가 전부 실험이었던 건가.

로봇인 조와 인간 콜의 데이트를 다룬 각 장면이 스마트폰 배경 화면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다.

설계자인 내가 사랑에 빠지는 건 예상 못했네

실험자가 어디까지 설계해뒀는지 확실하지 않은 반면에,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미처 '설계하지 못한 영역'이다. 콜은 조가 자신에게 빠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지언정, 자신이 조에게 감정을 느낄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 시제품인 조는 슬플 때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을 정도로 불완전한데도 콜은 그런 조에게 끌린다.

콜은 불완전한 조에게 끌린다. 어쩌면 불완전해서 끌리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특별해서 사랑이 특별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사랑이 특별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에 본질적 의문이 생기는 건 '조 2.0'이 개발되면서다. 콜이 '조 2.0'을 보며 느끼는 혼란은 그들이 시제품 조에 비해 더 정교해졌다는 사실에서 온다기보다는 그들의 '양산성'에서 온다. 수없이 복제가 가능한 '조 2.0'들도 콜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동일한 사랑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조 2.0'은 '커넥티드' 돼 있어서 서로 간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됐을 때, 콜이 조와 느꼈던 사랑에는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콜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결국 사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상대방의 특수성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있다고. 조와 즐겼던 데이트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는 '조 2.0'은 세상에 널려 있을지언정, 조와 자신이 보냈던 특정 시간의 특정 감정까지 복제되는 건 아니라고. 15세 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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