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복한 라짜로’의 주역 탄크레디 역 루카 치오바니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현대사회 전반에 팽배한 양극화 문제를 풍자한 우화이다. 작은 시골 마을인 인비올라타에서 주요산업인 담뱃잎 산업을 총괄하는 후작 부인의 독재체계가 갖춰졌고 그들은 마을 주민들을 무임금으로 착취한다. 부를 오로지 귀족들이 독점하는 체계이다. 마을의 성실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선’을 지닌 자로 마을 사람들의 각종 부탁과 잡무에도 늘 미소를 보이며 업무를 수행한다. 후작 부인이 철저히 외부자극을 차단하며 독재체재가 완벽히 갖춰진 마을에 그녀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치오바니)는 혁명가가 된다. 어머니의 부조리와 억압에 의문을 제기하며 라짜로와 가짜 납치극을 통해 독재체재를 무너트린다. 이후 경찰은 후담부인의 횡포를 발견하게 되어 마을 주민들은 억압체계에서 벗어나 자유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탄크레디를 만나러 가는 도중 바위에서 추락한 라짜로는 긴 잠에 든다. 이 과정에서 굶주린 늑대는 그를 해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선’의 느낌을 받은 늑대는 조용히 돌아선다.
잠에서 깨어난 라짜로의 시각에서 수십 년 후의 세상은 정말 많은 변화가 눈에 띤다. 현대인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고 높은 건물들 그리고 여유 없는 치열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때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를 부여받은 마을 주민들은 행복한 삶을 살줄 알았지만 그들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이 불행해졌다. 자본으로 계급을 나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낙오자가 되었고 빈민층을 위한 복지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더욱 극심한 가난에 허덕였다. 라짜로는 부활하여 돌아온 세상임에도 달라진 것 없는 비극적 형태에 눈물을 흘린다. 부조리의 주체들이 선을 집어삼키며 부를 독점하고 선과 악이 어지럽게 뒤섞인 세상 속에서 순수한 '선'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현대인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어리숙하고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행복한 라짜로’는 과연 현대사회에 '선'이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현대인들의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한다.
12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6월 20일 개봉한 화제작 <행복한 라짜로>의 루카 치오바니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루카 치오바니는 유니버셜 뮤직 소속의 싱어송라이터로 행복한 라짜로를 통해 처음 연기를 도전했다. 그는 반항적 요소를 가지고 혁명의 주체가 되는 탄크레디 역을 완벽히 소화하여 ‘행복한 라짜로’의 흥행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많은 대중들에 경각심을 부여한 ‘행복한 라짜로’는 배우 루카 치오바니에게도 큰 깨달음이 되었다고 한다.
‘행복한 라짜로’는 양극화 문제와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점을 느꼈나?
사실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님께서 처음에 시나리오를 절반만 보여줬다. 엔딩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보고서야 엔딩을 알 수 있었다. 감독님이 영화의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영화의 의미는 획일화되지 않으므로 스스로 탄크레디를 체화하고 상황을 이해하라고 말씀 해주셨다.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탄크레디를 보고 느낌 점은 다크 피터팬이라고 생각을 했다.
‘행복한 라짜로’는 귀족 계급으로부터의 착취가 자본주의 시스템 착취로 이어지면서 양극화 문제를 풍자하고 있다. 그래서 라짜로는 시간이 흐른 뒤 변한 세상조차 과거의 가난과 처량함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이탈리아의 경우 북부와 남부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하다고 알고 있다. 행복한 라짜로에서 지적한 양극화와 이탈리아 현실과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탈리아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전반을 다루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바탕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문제는 모든 국가에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가가 인간성 상실이라는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사회는 현재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에 속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차, 핸드폰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강요한다. 해당 가치를 통해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 피상적 물질의 노예가 되어 청구서를 내기 위해 돈을 벌고 더 좋은 물건을 가지기 위해 돈을 번다.
‘행복한 라짜로’는 관객들에게 자본에 종속되지 말라는 경각심을 제공한다. 이 영화의 배우이자 일원으로서 영화를 찍으며 얻은 교훈이나 느낀 점이 있나?
영화의 첫 부분에서 마을 사람들은 후작 부인의 노예이다. 후반부에서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게 된다. 결국 사회는 자본으로 귀결된다는 메시지를 제공하는 거 같다. 이 영화로 인해 나의 삶이 바뀌었다. 삶이 바뀌었다는 말이 단지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유명세를 얻었다는 뜻이 아니다. 내면의 삶이 달라졌다. 행복한 라짜로 촬영 전 나는 돈, 물질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대본, 상황을 분석하고 탄크레디에 나를 투영하면서 물질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줄었다. 정신, 인류애, 휴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행복한 라짜로’는 정말 큰 의미가 있다.
후작 부인이 착취를 하고 착취의 수혜자이던 탄크레디가 자신의 가문을 몰락시키는 역할을 한다. 굉장히 이해관계가 복잡한 인물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탄크레디를 연기하며 어떠한 점에 중점을 두었나?
제 생각에 탄크레디는 중간지대에 있던 인물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10대를 떠올릴 때 무엇인가를 깨닫는 시점이 있다. 부모님, 친구들, 학교 등의 주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생각이나 느낌이 달라진다. 18~19세는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탄크레디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후작 부인이 부조리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대략적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그래서 라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탄크레디의 내면에는 라짜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짜로는 밖으로 표현되었던 인물이고 탄크레디는 ‘선’이 내면에 숨겨진 인물이다. 그래서 탄크레디가 라짜로에게 못되게 굴기도 하기도 한다. 이는 쿨하고 센 면을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대경험은 많지만 행복한 라짜로가 첫 연기도전이었고, 라짜로 역을 맡은 아드리아노도 평범한 대학생으로 처음 연기라는 걸 해봐서 많은 점이 낯설고 어색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행복한 라짜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초래한 양극화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감독님이 특별히 많은 점을 신경 쓰고 배우분들에게 조언을 해줬을 거 같은데,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님이 탄크레디 역할에 대해 특별히 지시한 사항이나 조언이 있었는지?
알리체 감독께서는 우리에게 특정 표현을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각자가 해석한 인물을 녹여내서 실제로 리허설을 하고 촬영을 하면서 다 같이 성장했다. 영화, 연기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보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포괄적인 시각이 생겼다. 그리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탄크레디의 삶을 실제로 경험했다. 나는 밀라노에 살다가 영화촬영을 위해 시골에서 3개월 간 거주했다. 그리고 라짜로 역을 맡은 아드리아노를 실제로 만났다. 그래서 영화가 저의 실제 삶으로 이어지는 매직으로 연결되었다.
캐스팅 비화를 말해줄 수 있나?
감독님께서 MTV에 나온 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여러 클립을 더 찾아보신 후에 나에게 연락주셨다. 처음에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님이 누군지 몰랐다. 감독님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오디션을 제안하셨는데 전화주셔서 감사하지만 생각 좀 해보겠다고 했다. 이후에 촬영감독인 어머니에게 어떤 감독이 나에게 연기를 해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는데 어머니는 감독님이 누구냐고 물었다. 알리체 감독님이라고 말했더니 무조건 한다고 얘기했어야지 왜 고민해본다고 말했냐고 아쉬워하셨다. 이후 30분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해서 엉망이었다. 그래서 시간낭비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포기하지 말고 1시간이 될 때까지 연기를 해보라고 말씀하셨고 최선을 다했다. 감사하게도 나를 캐스팅해주셨다.
만약 알리체 감독님이 당신에게 라짜로 역을 제안했다면 수락했을 것인가?
물론이다(웃음). 예전의 ‘나’였다면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하고 거절했겠지만, 영화를 찍고 정말 많은 점을 느꼈으므로 지금 제안을 받는다면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감독님이 나에게 탄크레디 역을 제안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사실 아드리아노의 경우 라짜로 배역과 정말 비슷하다. 아드리아노 같은 사람을 처음 본다. 그 친구랑 같이 있으면 다른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에너지 파워 뱅크 같은 친구로 나에게 항상 에너지를 주고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라짜로 역의 아드리아노와 영화 이후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지금 나와 아드리아노는 친형제같은 관계이다. 아드리아노는 정말 좋은 친구이다. 우리는 처음만나 낚시를 6시간 정도 같이 했다. 나와 그는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아드리아노의 집은 와인농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농장,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나는 밀라노에서 클럽 에 가서 여자를 만나는 각자 만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았던 점은 저 뿐만 아니라 아드리아노도 연기경험이 처음이다. 모두가 전문배우였다면 정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연기를 했다. 호텔방에 가서 밤에 함께 시나리오 연습도 하고 도움을 주고받았다.
인비올라타에서는 후작 부인이 부를 독점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후작 부인을 비롯한 아들인 탄크레디도 많은 부를 누렸다. 하지만 당신의 혁명과 같은 가짜 납치극을 통해 독재체재는 끝이 났다. 이후 라짜로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당신에게 자유와 평등이 부여되었지만 돈으로 계급을 나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사회의 빈민계층으로 여겨지고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게 되었다. 탄크레디의 입장에서 어머니인 후작 부인의 부조리를 파헤친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지 아니면 저항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전환했다는 점에 만족했을지 궁금하다.
아마 그의 인생 자체를 행복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음식을 많이 먹어서 어릴 때 탄크레디보다 훨씬 몸이 비대해졌다. (웃음) 탄크레디가 라짜로를 만나며 올바른 방향을 찾았지만 라짜로와 헤어진 후 사회, 세속적 가치에 물들어 갔다. 그리고 어릴 때 자신에게 구애하던 여성과 결국은 결혼을 해서 같이 살게 돼서 굉장히 우울했을 것이다. (웃음)
첫 부분은 우화이자 매직이다. 비록 마을 사람들은 후작 부인에게 착취당하며 노예의 삶을 사지만 그렇게 노예 같지 않다. 오히려 현대사회로 마을 사람들이 진입하면서 오히려 더욱이 비참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당신은 락 음악을 하고 있고 락음악은 저항적 요소가 많다. 탄크레디도 저항정신을 가지고 후작 부인의 독재체재를 무너트렸다. 당신과 탄크레디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탄크레디를 연기를 함에 있어 당신의 음악적 색깔이나 애티튜드가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분명히 영향을 주었지만 나쁜 영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배우로서 누군가를 연기할 때 또 다른 영혼이 저에게 들어오는 것 같다. 영혼이 확장되는 경험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내면에는 탄크레디가 분명 존재한다. 나는 첫 연기이므로 모든 배우가 이를 경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나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앨범 <Start> 잘 들었다. 밴드로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행복한 라짜로를 통해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데뷔를 했는데 락음악을 할 때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혹은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고맙다. 그 앨범은 굉장히 어렸을 때 제작해서 지금은 도저히 못 듣겠다. (웃음) 지금 나는 많은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성장을 했다. 그래서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특히 물질만능주의나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3D 오디오 기술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마치 방 안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부여하고 싶다. 그리고 조지아 포크 뮤직과 새로운 음악과의 접목을 기대해달라. 이러한 방향성은 데이빗 보위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생각을 담아낼 예정이다.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국에 온지 하루 밖에 안되었지만 정말 많이 환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어제 Q&A에서도 열광적 반응를 보내주셨고 SNS 상에서도 많은 관심을 주셨다. 기분이 정말 좋다. 그리고 아름다운 한국 여성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웃음) 한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많은 분들이 왜 한국에 가느냐? 등 많은 질문을 해주셨다. 그래서 비행기 안에서도 행복한 라짜로를 홍보했다. (웃음) 지금 나는 유니버셜 이탈리아에 속해있는데 유니버셜 코리아와 연결하여 한국에서 꼭 콘서트를 하고 싶다. 다시 한번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1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관객을 매료시킨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6월 20일 개봉하여 절찬 상영 중이며 탄크레디 역을 맡은 루카 치오바니는 7월 14일 일요일까지 극장에서 GV, 무대 인사를 통해 한국 팬과 소통했다.
글 및 사진 /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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