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추리'부터 '공포'까지...2019 올해의 외국영화 10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최근 할리우드의 키워드는 ‘레트로’다. 디즈니는 자신들의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와 후속편을 연이어 공개했다. 여기에 ‘터미네이터’ ‘맨 인 블랙’ ‘엑스맨’ 등 다양한 시리즈의 영화들이 속편 또는 스핀오프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이 화제 속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소재적인 면의 한계를 보여줬다.
이런 지적 속에서도 빛나는 작품들은 있었고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가 지닌 블록버스터의 묘미를 보여주는, 특히 할리우드의 자금력이 아니면 선보일 수 없는 영화도 존재했던 한 해라 할 수 있다. 많지는 않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유럽과 일본 영화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2019년, 올해의 외국 영화 10편을 선정해 보았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애거서 크리스티 풍의 추리극+웨스 앤더슨의 색감과 유머+현재 미국영화계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담은 영화다. 영국 고전풍 추리극의 서스펜스에 웨스 앤더슨의 엉뚱한 유머와 뛰어난 색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포인트가 백인으로 이뤄진 가족들을 ‘악’, 이민자 가정 출신의 가정부를 ‘선’으로 설정하며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준다. 곁가지가 많음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집중력이 눈부시다.
3탄 이후 또다시 세계관의 확장을 이뤄냈다는 점만으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 기존 시리즈가 지녔던 ‘장난감은 주인에게 사랑받기 위한 존재’라는 명제에서 탈피, 장난감 역시 다양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며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특히 포크가 장난감이 된 포키가 보여주는 정체성 문제와 우디와 보핍의 애절한 로맨스 라인은 우디와 버즈가 주축이 아닌 장난감들의 세계 그 자체가 ‘토이 스토리’ 임을 보여준다.
‘냄새로 인간의 감정을 읽는다’는 독특한 설정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기괴함 속에 낭만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외모도 성향도 다르지만 인간이 되기를 강요받아 그 밑바닥에 위치한 트롤이 자신과 같은 또 다른 트롤을 만나면서 정체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은 신비하고 오묘한 매력을 준다. 북유럽의 이민자 문제를 동화적인 색감으로 담아내며 잔혹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터부(금기)를 깨부수는 힘을 보여준다.
‘영화광’ 쿠엔틴 타란티노가 69년 할리우드에 보내는 이 러브레터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볼 만한 이야기로 즐비하다. 당시의 히피 문화와 할리우드 시스템을 모르더라도 마음 여린 왕년의 톱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섹시한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 클리프(브래드 피트), 영화에 대한 애정과 설렘을 보여주는 샤론(마고 로비) 등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매력은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20분가량 펼쳐지는 타란티노 특유의 ‘피칠갑’은 할리우드 최고의 흑역사를 맹렬하게 지워내는 쾌감을 준다.
코믹스 영화 최초로 3대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 한 명의 힘이 유독 돋보이는 영화다. 남에게 웃음을 주지 못해 자신이 웃어버리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점점 사회악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계층갈등과 행복의 상실을 말한다. 특히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린 도시 고담시를 정면으로 조명하며 왜 코미디언을 꿈꾸던 청년이 악당 ‘조커’가 되었는지를 심도 높은 드라마로 표현해낸다.
올 한 해 국내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일본 여배우는 카라타 에리카다. 이는 비단 그녀의 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사코>에서 그녀는 단연 돋보이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쿠와 료헤이라는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정과 불안 사이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로맨스 영화의 문법 속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느꼈을 감정을 심도 있게 담아낸다.
‘빈곤 포르노’라는 말은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본다. 현실은 그만큼 잔혹하고 가혹하며 때로는 개인이 이겨내기 힘든 고난을 보여준다. 한 소년이 자신의 부모를 고발하기까지의 과정을 주목하며 빈곤이란 빠져나오기 힘든 굴레를 잔혹하게 표현한다. 세상에 날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소년의 가슴 절절한 외침은 프레임 안의 허구가 아닌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란 점에서 슬픔을 더한다.
오직 할리우드만이 선보일 수 있는 영화를 뽑자면 높은 수준의 자본과 기술이 요구되는 시리즈물이라 할 수 있다. ‘어벤져스’는 마블 코믹스의 신화를 스크린에 옮긴 대표적인 시리즈이며 그 마지막은 참으로 눈이 부시다 할 수 있다. 시리즈를 함께 해 온 팬들을 위한 화려한 마무리는 물론 시리즈를 함께 해 온 주인공들의 멋진 마무리를 장식하며 MCU의 한 장을 끝낸다. 작품이 주는 감동은 시리즈물이 지닌 세월의 힘이 무섭고 강하다는 걸 입증해낸다.
이 영화를 보면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비리디아나>가 떠오른다. 온화한 성모 마리아에게 현대의 이 더럽고 추악한 인간들을 품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이 영화처럼 <행복한 라짜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 속에서 선한 인간이 나올 수 있느냐는 의문을 보여준다. 성경 속 예수의 힘으로 부활을 명 받은 라자로가 현대 사회에서 다시 부활한다면 그것은 행복일지 아니면 불행일지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한다.
원작에 살을 붙여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다리오 아르젠토가 지닌 원작의 색감을 살리면서 시대적인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무용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녀들의 음모는 여전한 서스펜스와 기괴한 느낌을 통해 공포의 색감을 유지한다. 여기에 2차 대전 후에도 여전한 사회적인 불안을 보여주며 오직 ‘망각’만이 진정한 해결인가 라는 심도 높은 질문을 던진다. 원작의 재현과 재구성이 아닌 결이 다른 작품을 창조해내며 마녀의 마법에 빠지는 듯한 기괴하고도 슬픈 모험을 선사한다.
글|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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