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튜브에서 거의 음악을 듣지만 내 어릴 적 음악을 듣는 통로는 대부분 라디오였다. 어릴 적 2시면 김기덕 아저씨가 틀어주던 팝 음악들, 이문세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이 내 감수성을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곡을 녹음해 듣고, 용돈이 모이면 cd를 샀다. 연도별로 좋아하는 음악의 계보를 외우는 음악광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귀에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듣기만 하는 청자가 아니라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했다. 가수를 하기엔 노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해 그건 애초에 꿈도 못 꾸고, 작곡을 하자니 전문적인 공부를 할 일이 까마득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심하다 작사는 가능할 것도 같았다. 하고 있는 일도 카피라이터였으니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처럼 작사 학원이 넘쳐나도 데뷔가 어려운데 마땅한 루트도 인맥도 없는 나에게 작사가의 벽은 한참이나 높았다. 작사가 지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카페에 가입하고, 작곡가들의 메일로 무턱대고 나의 습작을 보내기도 했다.
몇 년 간의 두드림 끝에 결국 작사가로의 문이 열렸고, 그 후로 숱한 좌절을 겪으며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오게 됐다. 스무 곡은 써야 겨우 한 곡 픽스가 될까 말까, 늘 선택받지 못함에 전전긍긍했지만, 그래도 내가 쓴 노래가 나올 때면 뿌듯했다. 불후의 명가사 하나 남기지 못하고, 이제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지만 이 일을 선택했음에 후회는 없다. 음악은 맘껏 들었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았음에 감사하고, 이젠 천천히 놓아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