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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Feb 07. 2021

책 그리고 서점

라스트북스토어

책을 이용해 어떠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책을 진열하거나 책의 한 장면을 그린 작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에게 <라스트 북스토어>는 책과 서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 <라스트 북스토어>는 책과 서점을 재구성하여 다양한 그림과 설치 미술을 보여 준다. 흘깃 봤을 땐 캔버스 위에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가까이서 보니 책 위에 그린 그림이 전시장 처음에 등장한다. 이 작품은 책이 가진 틀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라스트 북스토어>의 모토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다. 그 외에도 책을 통해 드레스를 만들고 책을 쌓아 작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책으로 만든 작품 외에도 활자를 통한 설치미술은 책에 있는 글자들이 튀어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들과 함께 반짝이는 조명을 설치한 작품은 전시의 하이라이트이다. 작품을 통해 책 제목은 알지만, 얼굴은 몰랐던 작가들을 한 명씩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외에도 책을 읽을 때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있었다.



그것은 독서등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독서등의 은은한 조명을 이용한 작품과 책을 만들기 위해 쓰인 나무들의 희생을 담은 작품들은 책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 공간에서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이는 책은 그저 읽는 것이란 생각만 했던 나에게 새로운 책의 매력을 알려주었다. 책은 활자, 잉크, 종이, 표지, 독서등 그리고 작가들의 상상력, 삶이 담겨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점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 때부터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었고, 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러나 요즘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는다. 정신없는 삶 속에서 책을 읽기엔 불편한 것들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선 이곳저곳 이동하며 읽기엔 휴대하기 불편하다. 이는 곧 책이 짐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되니 점점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늘 곁에 있는 핸드폰, 전자 패드에 손이 가게 되고. 책을 멀리하게 됐다. 책을 읽지 않게 되니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생각하지 않게 되니 불편한 것들을 애써 무시하고 도망치게 됐다. 이러한 악순환을 탈피하고자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에 전자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책을 읽자는 결심 하나로 시작된 전자책은 편리했다. 그렇게 점차 전자책의 편리함에 녹아들었을 때, 오랜만에 서점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서점은 잠시 잊고 있었던 서점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카페, 문구점, 음반 매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가득한 책들은 나에게 편안함과 그리움을 안겨줬다. 조용하지만 소란스러운 소리, 종이와 잉크, 그리고 커피 향기는 내가 서점을 좋아했던 이유를 상기시켰다. 전자책의 편리함에 빠져 이 감각을 잊고 살았다.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동안 놓친 것들이 참 많다.



<라스트 북 스토어>는 이러한 서점과 책의 향취를 불러일으켰다. 서점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따스함을 조명 아래 자리한 책들로 표현하였으며 책 안에 담긴 무궁무진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한 폭의 그림과 설치 작품으로 표현한다.  또한 전시 중간 있었던 카페와 문구류를 팔던 곳은 서점을 떠올리게 했다. 전시 이름처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점이다.


전시를 보고 난 뒤 특별하고 그리운 서점을 방문한 기분이 들었다. 이 서점이 세상에 단 하나로 남기보단 두 개, 다섯 개 그리고 수십 개로 늘어났으면 좋겠다. 서점이 늘어나고 종이로 책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흐름과 역행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빠르게 앞서 나가는 것만이 좋은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잠깐 뒤를 돌아 천천히 지나서 왔던 것들을 머금는 시간이 필요하다. 느리지만 굳건히, 그리고 조금씩 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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