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푸, 난 이제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어."
"다시는?"
"푸, 난 아무것도 안 하는 걸 하지 못해도
"넌 가끔 여기 와 줄래?"
"네가 날 잊으면 어떡해?"
"절대 그런 일 없어, 푸. 약속해. 100살이 돼도."
"그때 나는 몇 살이지?"
“99살."
("네가 100살까지 산다면 난 100살이 되기 하루 전까지만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으니까.") -위니 더 푸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푸와 친구들과 함께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놀며 추억을 쌓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기숙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다.
로빈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전쟁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고 전쟁이 끝난 뒤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푸와 친구들,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 관한 것들을 잊게 된다. 그러나 푸는 로빈을 잊지 않고 지내던 중 친구들이 사라지게 된 것을 알게 된다. 푸는 친구들을 찾기 위해 헌드레드 에이커 숲 밖을 나가는 데 그곳에서 크리스토퍼 로빈과 다시 만나게 된다.
"푸, 날 어떻게 알아본 거야?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
"하나도 안 변했어."
"너무 많이 변했지."
"여긴 안 변했어. 뭔가를 찾는 네 눈빛.”
푸는 로빈을 만나 기뻐하지만 로빈은 재회의 기쁨은 잠깐이고 당장 처리해야 할 회사 일이 중요했다. 그런 로빈을 보면서 푸는 전혀 실망하거나 슬픈 기색은 없다. 다시 만난 로빈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로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사고를 친 푸를 보면서 다시 헌드레드 에이커 숲으로 푸를 돌려보내기 위해 어린 시절 살던 곳으로 간다.
"왜 나를 찾아온 거야? 나는 더 이상 애도 아닌데.책임감이 막중한 어른이라고."
"하지만 넌 크리스토퍼 로빈이잖아."
"아니. 난 네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아니야.
푸는 빨간 풍선을 사달라고 말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둥 로빈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 푸가 골치 아프지만 로빈은 푸가 원하는 대로 풍선도 사주고 사람들이 있을 땐 가만히 있는 놀이를 하자며 푸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쓴다.
현재 고향 집에는 아내와 딸이 쉬고 있다. 원래는 그곳에서 같이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서 존폐 위기로 인해 회사 일이 급해지면서 가지 못한 것이다. 가족과 회사 사이에서 로빈은 회사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아내와 딸을 외롭고 지치게 만든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잘 들어. 사람들에게 막 인사하면 안 돼.
"말하고 움직이는 걸 들키면 안 된다고."
"왜?"
"왜냐면 그게.. 넌 다르니까.사람들은 다른 걸 싫어해."
"내가 나다우면 안 되는 거네.”
우여곡절 끝에 헌드레드 에이커 숲으로 들어간 푸와 로빈은 그곳에서 티거, 피글렛, 이요르, 캉가, 토끼, 부엉이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로빈을 보고 헤팔럼이라고 오해한 친구들은 처음에 친구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러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로빈은 헤팔럼을 무찌르는 연극을 시작한다.
어설픈 연기지만 로빈은 점차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고, 친구들은 그가 헤팔럼이 아니고 로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어릴 적 친구들과 재회하게 된 로빈은 자신이 어느새 무서운 헤팔럼이 되어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딘가 홀가분해진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로빈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한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면 가족의 생계와 직장 동료들의 퇴사 문제가 걸려있기에 꼭 참석해야 했다. 친구들이 챙겨준 가방을 들고 인사를 나눈 로빈은 숲을 떠난다. 푸는 크리스토퍼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회의 자료가 가방 안에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푸는 그 자료를 로빈에게 전해주기 위해 티거, 피글렛, 이요르와 함께 숲을 나선다.
숲을 나선 친구들은 로빈의 딸 메들린을 만나고 함께 크리스토퍼를 찾아 런던으로 간다. 쉽지 않았지만 푸와 친구들과 메들린은 무사히 로빈을 만난다. 그리고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동심 그리고 가족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푸와 친구들 그리고 로빈과 그 가족들은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소풍을 가고 그들의 우정은 계속 이어지며 영화는 끝난다.
푸 "오늘 무슨 요일이야?"
로빈 “오늘이야."
푸 "내가 좋아하는 요일이야.”
로빈 "나도 푸.”
푸 "나도. 오늘이 내일이었던 어제는 나한테 힘들었어.”
영화 속 등장한 빨간 풍선은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터지거나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집까지 간다. 이는 ’로빈'과 딸 '메들린'을 이어주며 메들린이 푸와 그 친구들은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빨간풍선 하나만으로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이자 어른이 된 로빈과 어린이인 메들린을 이어주며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
헌드레드 에이커 숲은 크리스토퍼 로빈이 지내는 바쁜 런던과 더욱 비교되는 공간이다. 드넓은 자연과 느긋하게 흘러가는 숲속 시간은 바쁘게 살아가는 로빈에게 잠시 쉬어가는 안식처이다. 일 중독자 로빈도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는 웃음 되찾고 옷이 더럽혀져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 초반, 크리스토퍼 로빈의 가방 속에는 늘 서류로 가득 차 있다. 그 안에는 어른이 된 로빈의 책임감, 가장의 무게가 담겨있다. 그래서 로빈은 푸에게 가방이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만나고 난 뒤 로빈의 가방에는 친구들과의 추억을 담은 가방으로 변한다.
그 가방을 들고 다시 런던으로 가는 로빈은 책임감이 가득 담긴 무거운 가방을 든 어른이 아닌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어른으로 점차 바뀌어 간다. 이처럼 가방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의미도, 쓰임도 달라진다. 가방에 무엇을 담을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도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대단한 무언가를 하게 되지.”는 곰돌이 푸가 자주 말하는 말이다. 이는 게으르게 놀다 보면, 무언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명확한 성취를 해야지만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증명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푸가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대단한 무언가를 하게 되지.”의 의미이다.
어른이 된 로빈은 현재를 살아가는 바쁜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성공을 위해 잊어버린 것들이 점점 많아져 간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부족함 없이 살기 위해 라는 목적 아래에 바쁘게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동심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을 잊고 살아간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맞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 갔다. 사회는 살아가는 데 동심, 친구, 가족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 채찍질한다. 그래서 그런지 로빈과 푸, 그리고 친구들이 다시 만나 동심과 웃음을 되찾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과정이 인상깊었다.
목적 없는 성공을 위해 바쁘게 살다 보니 잊어버린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지향성이 돈이고 성공일 수 있다. 그리도 당연히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삶을 지향하기 위해 잊어버린 것 중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었는지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