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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 May 22. 2022

언젠가는

백수린 작가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으며 보낸 다정한 하루하루

소설집 <폴링 인 폴>을 읽고 난 이후로 백수린 작가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든 <다정한 매일매일>을 다 읽었다. 마치 나를 잘 알고 취향도 비슷한 친구와 마주앉아 향긋한 홍차와 달콤한 케이크를 나누며 오랜 대화를 이어가듯, 편안하면서도 때로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에서 작가는 기억에 남는 책 혹은 소설 한 편과 함께 그것과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있는 빵이나 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한다. 빵을 구워보고 싶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다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실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생일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필립 로스의 <울분>을 파스트라미 샌드위치에 비유하기도 한다. 빵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각각의 비유가 적절하고 안 하고를 떠나 읽는 내내 즐거웠고, 글에서 소개하는 빵과 책을 얼른 맛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특히 베이킹과 소설 쓰기의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귀가 많았는데, 베이킹이 취미인 데다가 작년말부터 소설 습작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깊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젠체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백수린 작가에 비하면 나야말로 서툴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가 늘 쩔쩔매면서도 습작을 안 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베이킹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무릎을 탁 치는 기분으로 읽었던 부분이다.  



나에게 베이킹이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이 즐거운 일이다. 내가 베이킹을 전문가에게 배워볼 생각이나 자격증 같은 걸 딸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그저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직업. 
 p.18 '사랑해서 하는 일' 중


'글을 쓰고 빵을 굽고 운동을 하는 삶이라면' 이라고 내 프로필에 적었는데, 다른 일 걱정없이 이 세가지만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 부지런하게 쓰기에도 한계가 있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끔 지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날에는 이런 사랑과 동경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20대 시절 푹 빠졌던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종종 주인공이 말했듯이, '언젠가는 아름다운 걸 만들 수 있겠죠'. 사랑과 동경을 잃지 않고 매일 매일 다정하게 한걸음씩 다가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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