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도 인생의 새 출발이긴 마찬가지
사람들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응원을 받고,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순간 아름답다 찬사를 받으며, 결혼식에선 다음을 위한 축복을 받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이혼이라고 숨길 게 뭐가 있을까?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건 매한가지다. 자, 여기 한 여자가 이혼하는 과정을 생생히 연재한다.
이혼사유는 너무 흔한 그 성격차이, 이 네 단어 안에 우리의 찬란했던 결혼의 시작과 끝을 다 담기엔 너무 짧지 않은가? 이 글은 아름다웠던 우리의 지는 삶을 회고하며, 온전한 한쪽에 너무 먼저 빠르게 도달해 버린 내가 아직은 반쪽이 필요할, 하지만 나와 함께 할 수 없는 너에게 헌정한다.
우린 멋진 여자, 착한 남자였고 이 성숙한 결정을 받아들여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어제 시누이가 여자만의 날을 갖자며 아주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라데팡스와 에펠타워가 펼쳐져 보이는, 모든 세상이 내 발 밑에 있는 듯한 느낌의 장소였다.
예약된 레스토랑의 이름은 ‘이 높은 곳”.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오길 멈추지 않은 소피. 파리 15구 보그르넬 거리 가장 높은 아파트에서 파리의 풍경을 내려보던 그녀는, 올해는 몽마르트르와 에펠탑이 한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아파트를 구입해, 파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결국 더 높은 곳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뼛속까지 감각 있고 감성과 이성이 조화로운 파리지엔 소피. 그녀 다운 선택에 감탄하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우린 우리에게 준비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았다.
식전 주로 샴페인을 고르니 서버가 오흐뒈브르를 테이블 위에 가져다주었다. 토마토에 바질이 들어간 상큼한 가스파초에 짭조름한 슈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탄산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우아한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소피가 말했다.
“난 네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존경하고 응원해, 내 오빠를 난 사랑 하지만, 같은 여자로서, 아내로서, 또 가족으로서 조언할게, 아이를 갖기 전에 이혼하는 게 너에게 좋을 거야. 너와 니콜라 사이에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고, 네가 아무리 채찍질을 해도 오빠는 니 기대에 응할 수 없는 사람이야, 그걸 넌 받아들여야 해”
수많은 프랑스 회사들의 투자를 결정하는 은행가답게 소피는 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응, 어떻게 쉽지 않은 얘기인데 잘 들어주고, 이렇게 조언해주니 고마워, 어제 남편과 심각히 얘기했어.”
답답한 마음을 가라 앉히기 위해 난 샴페인을 다시 들이켰다. 미네랄 한 맛에 청량한 산도가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