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440분 중에서 40분

반경 1km를 40분 남짓 네 곳을 돌면서 느꼈던 네 가지 감정

by 툇마루


한 달여간 군말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온 아이가 오늘 아침 월급이 입금되었다며 복합적인 표정을 지었다. 함께 아침을 먹으며, 처음으로 받아보는 "월급"이라는 것에 대한 감격과 조금씩 쌓이는 피로감,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팀플 내의 어려움까지 이어졌다. 무심히 스마트폰을 들어 시계를 확인하더니 벌떡 일어나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나갈 일 있으니 태워주겠다는 내 말에 아이는 그나마 안심했다.

차에서 내려 "엄마, 땡큐. 조심히 가." 하며 손을 젓는 아이를 보며 언제 저리 컸나 싶어 아련했다.


아이를 내려주고 우체국으로 핸들을 돌렸다.

얼마 전에 집에 왔던 언니에게, 책을 정리할 참이니 원하는 책이 있으면 많이 가져가 줄수록 좋다 했더니 한 박스를 채워두고 갔다. 평소 배달하시는 분들에게 무거운 박스에 대한 죄송함이 있어 작은 두 박스로 담아두었다. 카트에 박스들을 담아 들들들들 끌고 우체국에 들어갔더니 대기자 0명. 아싸!

"딩동!" 하고 43번을 부르는 붉은 글자가 곧바로 띄워졌다. 자주 없는 이 상황에 괜스레 마음이 가벼웠고, 책을 받아볼 언니를 짧게 떠올리며 좋았다.


도서관 주차장에 비상 깜빡이를 켜두고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리를 살짝 뛰어서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바로 위층에서 내려왔고, 타자마자 닫힘 버튼과 3층 버튼을 눌렀다. 얼른 차로 돌아와야 하기도 했지만, 반납 기일을 하루 놓친 책을 들고 마음이 급했다. 최대한 연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불가피하게 일이 이리되면 어릴 적 학교에 지각하던 때와 흡사한 마음이다. 요즘 핫한 소설이라 더 그랬다.

"반납되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한 마디에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뛰지 않고 걸어서 다시 차에 오를 수 있었다.


겨울을 정리하면서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던 옷에 종이 어깨틀이 걸린 옷걸이가 세 개가 생겼다. 세탁된 옷을 찾아오자마자 바로 옷걸이를 바꿔 걸고 찌그러지지 않게 잘 보관해 두었다. 평소 세탁소 옷걸이를 모으지만 보통은 대여섯 번은 까먹은 다음 세탁소로 돌아가는데, 웬일로 까먹지 않고 반납할 책과 같이 챙겨 나왔다. 세탁소 문을 열 때마다 땡그랑 종소리가 들리고 사장님이 얼굴을 내미는데, 오늘은 문 열자마자 사장님이 서계셨다. 옷걸이를 드리고 "감사합니다." 하는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차로 복귀했다.


아주 엄청 굉장히 정말, 소소한 일상이었다. 하루 1,440분 중 단 40여 분 간 이루어진 별 것 아닌 일들이었고.

그럼에도 이 작은 감정들이 쌓여 오늘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했다. 내일은 비소식이 있지만 오늘의 맑음을, 365일 속의 봄하루로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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