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성 Jan 20. 2023

페이퍼 마쉐

#2

페이퍼 마쉐라는 미술 기법이 있어. 색종이를 잘게 찢거나 오린 걸 하나씩 붙여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거야.


쉽고 간단해서 어린아이들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지만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 방법으로 대단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도 해.


페이퍼 마쉐의 본질은 작고 별거 아닌 것들을 모아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거야. 사람들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모아 충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예술이라는 찬사까지 들을 수 있지.


정원에서는 종종 그 반대의 일들이 벌어진단다.


정원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생명들은 이미 대단한데 그걸 엉뚱하게 짜 맞추면 하나의 별 볼 일 없는 덩어리가 되기 쉬워.


꽃의 색만으로 한 덩어리를 만든다던지, 서로 계절도 역할도 다른데 키만 맞춰서 같이 늘어놓는다던지, 키가 작다는 이유로 앞에 쭉 깔아버리고 햇빛을 가리건 말건 상관없는 구조물을 세우는 일들도 생겨.


정원을 예쁘게 꾸미는 건 좋지만 생명을 대할 땐 찢어진 종이조각을 대할 때보다는 조금 더 존중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정원은 만드는 사람의 가치관을 비춘단다.

작가의 이전글 치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