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승리와 행성 지구
태계일주3: 오지에서 만난 FC 바르셀로나 (中편)
-신자유주의의 승리와 행성 지구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3: 마다가스카르 편>을 보고)
<3> 자본주의야, 인류의 복지를 부탁해!
『팩트풀니스』에 따르면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인류의 복지는 상당히 향상되었다. 오늘날 절대다수의 나라에서 아동 사망은 드문 일이 되었다. 저소득 국가에서 조차 기대 수명은 62세에 육박한다. 그들 대부분이 먹을거리가 충분하고, 수질이 개선된 물을 이용한다. 다수의 아이가 예방접종을 받고, 많은 여성들이 초등학교를 나온다.(49)
한스 로슬링은 삶의 질이 여전히 최악인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이라고 단언한다. 전 세계 인구 중 단지 9%만이 저소득 국가에서 살며, 이들도 극단적인 몇몇 경우를 빼면 대부분 비참하지 않다.(50) 이미 인류의 대부분은 중간 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에서 살고 있다. 중간층에 사는 50억 인구의 사람들은 고소득 국가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샴푸, 오토바이, 생리대, 스마트폰 등을 당연하게 소비한다.
『팩트풀니스』는 인류의 복지가 증진되어 왔음을 데이터와 통계를 활용하여 가시화한다. 한스 로슬링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확증편향으로 인해서 망한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개선된 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 계속 과거 이미지에 빠져있는 것은 인류 진보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그동안 각별한 노력을 해왔고, 상당한 결과를 얻었다.
한스 로슬링은 생산과 관련해서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은 좋은 방안이었다고 판단한다. 세계화를 통해 제조업은 점점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를 유치한 국가들은 부유해졌다. 서구 국가에서 신흥 국가로 진행된 이 흐름은 이제 새로운 대륙을 찾고 있다. 로슬링은 이제 아프리카가 새로운 생산 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과거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순진한 시각을 버리고, 오늘날 최고의 투자 기회는 가나, 나이지리아, 케나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360) 또한 소비에 있어서도 이러한 지역의 사람들을 단지 ‘가난한’ 사람으로만 치부하게 된다면 막대한 시장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52)
나는 왜 <태계일주 3: 마다가스카르> 편을 보면서 의아했을까? 그곳의 현지인은 FC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으면 안 되는가? 그럴 리가. 오히려 그것은 인류 복지의 증대일 수 있고, 우리 문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한스 로슬링이라면 “봤지?” 했을 것이고, 기안84의 행태를 보면서는 “너희가 더 원시적으로 보이는데?”라며 농담을 던졌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지속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게도 값싸고 질 좋은 재화가 필요하고, 또 그러한 상품과 서비스를 즐길 권리가 있다. 사실 문제는 나다. 농장과 서랍에는 쓰레기가 되고 있는 온갖 물건들이 있다. 일회용품은 아니지만, 일회용품처럼 쓰였고, 이제는 무덤이 된다.
인류는 기후위기의 구체적 사태였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겨우 넘기고 있다. 그랬더니 생경한 날씨가 우리를 반긴다. 2023년 11월의 한반도는 관측 이래 가장 ‘핫’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10월도 그랬고, 9월도 그러했으며, 아마 12월도 그럴 것이다. 한반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온난화 현상 및 이상기온의 양상이 목격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유발한 박쥐도 기후변화로 원 서식지가 파괴되어 남중국으로 들어온 녀석이었다. 올여름의 우리는 장마전선 대신 극한 국지성 호우라는 이례적인 현상을 경험했다. 작년에도 그랬다는데, 올해는 더 했고, 내년에는 모르겠다. 그동안 인류는 자신의 복지 증진을 위해 달려왔고, 계속 달릴 예정이다. 그러니까 지구야, 아직은 괜찮지? 이겨내!
자본주의는 멈추면 곤란한 열차다. 자본주의의 엔진은 공장이고, 공장에서는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쏟아져 나온 상품은 꼭 판매되어야 한다. 팔리지 않으면 자본가도 돈을 못 번다. 노동자는 공장에서는 생산자이지만, 매장에서는 소비자다. 만약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져서 상품이 충분히 팔리지 않으면, 상품은 창고에 쌓인다. 재고가 쌓이면 공장은 돌아갈 이유가 없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노동자는 필요 없고, 일을 잃은 노동자는 돈이 없기에 구매력은 더 떨어진다. 그렇게 악순환에 빠지면 공황이 온다. 물론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상품 가격을 낮추고 또 정부가 개입하는 등의 방안으로 자본주의는 유연하게 대처한다. 위기에서 탈피하면 상품은 다시 쏟아져 나온다.
신기술이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발명하기도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고,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공장은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도 생산해야 하고, 또 팔려야 한다. 쓸 만해도 적당히 갖다 버리고, 새 제품을 계속 사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광고는 중요하고, 유행은 거듭 발명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세계화는 더 값싼 원자재와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게 했고, 이것은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세계 각지에 쏟아질 수 있게 했다. 이제는 누가 어떤 신을 믿는지 혹은 어떤 정치체제를 지지하는지와 상관없이 함께 시장에 나온다.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따금씩 경제위기와 국제전쟁을 겪기는 해도,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성공했을 뿐 아니라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했다. 수천 년 동안 그리스도교 성직자, 유대교 율법학자, 이슬람 종법 해석가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은행가, 투자자, 기업가들이 등장해 200년 만에 정확히 그것을 해냈다.”(『호모데우스』, 304)
하라리는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평가한다. 단, “미래에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을 무시한다면”
그렇게 신자유주의는 승리했고 인류의 복지는 보다 안녕해졌다. 달리 말하자면 이제 우리는 계속해서 쓰레기를 생산해야만 굴러가는 문명이 됐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