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테산도 힐즈
도쿄 미나토구와 시부야구를 잇는 거리에 위치한 오모테산도는 고급 부티크와 플래그십 스토어가 늘어선 소비의 중심지이자 메이지 신궁으로 뻗어 있는 가장 상징적인 가로에 연접해 있는 지구로 종종 '도쿄 상제리제 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모든 계절에 쇼핑하기 좋은 이곳은 여름철에는 거리의 나무그늘이 푸른 녹음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겨울에는 그 나무들이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브랜드 상품 쇼핑을 더욱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쇼핑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축물이 모인 오모테산도거리는 구마 겐고가 설계한 '네즈 미술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와타리움 미술관', MVRDV가 설계한 'Gyre(자이르)'등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장소이기도 하다. 그중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참여한 건축물도 만나볼 수 있는데 느티나무를 따라 길게 늘어진 건물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깊게 자리한 '오모테산도 힐즈'다.
오모테산도역에서 내려 가로를 따라 내려오면 노란색의 낡고 오래된 건물의 형상이 보인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낡고 오래되어 보인 건물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새로 지으면서 일부러 재현해 형상만 옮겨놓은 것처럼.
오모테산도 힐즈는 1927년에 건립된 토쥰카이 아파트단지가 입지 해 있던 곳을 주변 지구의 도시적 컨텍스트에 맞춰 지구를 재생한 대표적인 도시주거 재생 프로젝트다. 과거 이곳의 도쥰카이 아오야마 아파트는 1920년대 관동대지진 이후 내화건축물로 건설된 일본의 초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물이었다. 1968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재개발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단일 필지 내 여러 아파트 동 소유자 간의 합의가 어려워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 고베지진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재개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관리조합은 모리빌딩을 개발 컨설팅 업체로 승인하며 본격적인 재개발 계획을 구성하고 약 2년간 계획안 검토가 이뤄진 후 2001년 조합 설립, 2002년 도시계획 설정, 2003년 권리변환계획 인가를 거치며 사업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대상지 중앙 부분에 전면가로(오모테산도)와 북측의 도로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통과도로(폭 4m)를 정비하고 전면가로를 따라 건축물을 1m 벽면 후퇴시켜 쾌적한 보행자공간을 확보했다. 북측 이면도로에 대해서도 보도정비, 전신주의 지중화 등이 함께 실시되기도 한다. 건축의 설계는 현상 설계를 통해 안도 다다오가 맡게 되었고 거리에 늘어선 느티나무 가로수와 조화된 복합건축물 계획에 주안 하여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고층화를 피해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23.3m로 낮추어 시가지의 상징인 가로수의 높이와 어우러진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강조시켰다. 비록 대상지 면적은 1.2ha로 소규모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가로(오모테산도)에 270m나 면해있는 장방형의 대지형상을 하고 있는 건물은 지상 6층, 지하 6층의 복합건물로 상업시설과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270m를 수직으로 높이면 63 빌딩 보다도 높은 고층빌딩이 되는 것이다.
오모테산도라는 가장 상징적인 도로에 270m가 면한 주상복합용도 개발 프로젝트는 220m에 이르는 가로에 면해 유리면의 벽면 파사드가 연속적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점포가 개성을 연출하고 있는 부분은 2층 이상을 반투명하게 처리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보여주고 있고 유리면은 느티나무 가로수에 대한 배경 건축을 형성하고 오모테산도라는 상징가로의 매력을 높인다. 220m 전면가로의 중앙부에 설치된 주출입 부는 전면에 큰 삼각형의 가로광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광장이 상층부에 처마형태로 드리워진 주거동이 출입문의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의 유입을 유도한다. 또 단지가 시작되는 삼각형 형상의 부지 가각부에는 보존된 도쥰카이 건물동이 위치(1927년 건설당시의 모습 재현)하고 삼각형의 대지형상에 지하상가 부분으로 진입하는 출입구를 설치해 가각부의 결절점을 형성하면서 공중화장실, 랜드스케이프 장치물 등을 통해 도시의 가각부 경관과 과거의 흔적을 연출했다.
내부에 들어서면 드라마틱한 상업공간이 펼쳐진다. 상부채광부에서 우유 빛 유리를 통과한 자연광이 대공간의 지하공간까지 내려 비치고 기존 아파트 단지의 삼각형 배치형상에 따른 삼각형의 외부공간을 재현하면서 건물 내부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개방적인 중정공간을 창출했다. 이러한 개방적 공간을 둘러싸고 ‘스파이럴 슬로프’라고 불리는 경사도 1/20 구배를 가진 사면가로를 형성한다. 이에 더해 외부 전면가로인 오모테산도 가로의 경사도와 같은 경사도와 보도포장을 통해 외부의 가로를 내부까지 끌어들이면서 점포가 늘어서 있음을 느끼고 전체 700m로 상업공간의 공공성과 가로공간의 도시성을 의도적으로 연출해 ‘제2의 오모테산도 가로’를 재현하려는 시도를 연출했다.
중앙부 삼각형의 대계단은 지하 3층 부분까지 연결되며 약 500 제곱 미터의 넓이를 가진 다목적 공간으로 상부의 오픈된 대공간과 함께 중심공간이 된다. 대공간에서는 사면가로에서의 시선이 집중되고 전시기능을 가지며 원격조정가능한 다양한 조명시설, 음향시설, 영상시설 등 최첨단의 설비가 설치되어 있고 대규모 계단은 이벤트로 사용가능한 무대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상업공간 상부에는 주거공간이 위치한다. 주거동의 진출입은 상업시설과는 별도로 전면가로에서 직출입 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주거자들을 위한 옥상 녹화 및 테라스 녹화공간을 통해 저층부 상업공간과 구분시켰으며 주택은 모두 38호로 그중 임대주택이 12호, 원룸과 1 LDK가 대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밤이 되면 오모테산도를 따라 배치된 건축물의 파사드는 ‘벽화조명’으로 계획되어 LED를 설치해 다양한 영상표현이 가능한데 파사드에 연속적으로 흐르는 영상은 퍼블릭 아트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주변의 가로, 점포들과 어우러지게 디자인되어 가로조명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하게도 한다.
오모테산도 힐즈는 도시성과 공공성을 결합한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힌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통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도시환경을 창출했고 오모테산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며 가로공간의 재생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하게 된다.
글, 사진 | citev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