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에 '나는 절대로 회사원이 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엇비슷한 옷을 입고 우중충한 건물에 들어갔다가
해가 지면 무표정한 얼굴로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그런 모습이 호기심 많은 어린 내게 비친, 회사원에 대한 단상이었고 그 삶은 너무나 지루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재미없는 삶은 살지 않겠다"던 내가 전공을 고민하고 진로를 찾으면서 점차 알게 된 것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해야 좋을지, 정말 모르겠어서 고등학교 때는 문/이과를 왔다 갔다 하다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꿈을 안고 공대의 꽃(!) 화학공학과에 입학을 했다.
(당시에는 태권 V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안고 기계과에 입학한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부가 너무 어려웠고.
또 방황을 하다가 마음을 정하게 된 분야는 '인간공학'이었다.
사람이 사용하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학문.
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학문인지!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분야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 2)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고 협업해야 하는 문화 3) 새로운 것을 탐험하며,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가치
그렇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필요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릴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할 때라야
내가 정말 원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내가 하.고.싶.은.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더 이상 회사는 어른들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아실현의 공간이었다.
이러한 기준으로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원하는 UX 직무가 있는 회사에 중점적으로 입사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UX 디자인'이 '개발 직군' 내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래서 나는 당연히 '개발 직군'에 지원을 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 회사에 개발자로 취직이 되어있었다.
이런 웃픈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부서(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나의 지원 동기를 알고 계셨던 인사 담당자의 조언을 통해 "사용자와의 접점이 많은" 인트라넷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비록 내 계획과는 다르게, 개발자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 곳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결정적으로는, 꾸준한 노력 끝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었다! :D
40만 명의 임직원이 사용하는 인트라넷 서비스 내의 다양한 micro services 중에서도 가장 범용적이고 모든 사용자가 접하게 되는 영역인 PORTAL service를 담당하였고, 운영 중인 서비스의 개선/운영을 담당하면서 DevOps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개발의 묘미를 슬슬 느끼기 시작하던 무렵에, '차세대 프로젝트'에 차출되어 진정한 개발의 세계에 한 발 들여놓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나는 또 용기를 내어 프론트(front-end)를 담당하고 싶다고 먼저 손을 들었다.
Front는 속도와 품질이 엄청 중요하다며 사수 선배가 '진정 할 수 있겠느냐'라고 우려를 표하셨지만,
"Front를 알아야, 사용자 관점으로 제품을 바라볼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했기에, #내판단은맞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