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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줴 Sep 09. 2021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나홀로힐링여행Day04

오늘의 컨셉은, 애월 나들이 :)


첫 번째 목적지는,

'비 오는 날, 갈만한 곳'으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아르떼 뮤지엄!

명화를 주제로 하는 빛의 벙커는 사실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아르떼는 좀 더 다양한 컨셉이 있고, 거울이 많아서 혼자 사진 찍기도 좋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두 번째 목적지는,

도민 분들이 추천해주신 녹고뫼오름 & 궷물오름!

비 오는 날에는 숲에 가야 하는데, 웬만한 숲과 오름은 동쪽에 있어서 아쉬워하던 차에

첫날 만난 택시 기사님이 추천해주신 '녹고뫼오름'과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궷물오름'이 서로 붙어있어 한번에 갈 수 있다고 해서 도전하게 되었다.


태풍과 함께 도착한 제주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오전에는 날씨가 흐리고, 오후에는 비를 동반한 태풍이 올 예정!


다른 날보다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서둘러 궷물오름 주차장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가는 길에 첫날 만났던 3738 기사님께 '추천해주신 녹고뫼오름에 가려고 해요.'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주셨다.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오를 수 있는 3개의 오름 중에 어디를 가야 더 좋을지 고민하는 내게

"큰녹고뫼오름에 가면 서쪽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어. 거기에 꼭 가야 해!"라고 강력추천을 해주시며

오르는 길을 상세히 알려주셨다.

왠지 모를 책임감에 첫 목적지를 '큰녹고뫼오름'으로 정하고 힘차게 발걸음을 떼었다.


입구에서부터 30분쯤 걸었을까..?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 3738 기사님.

"얼마나 올라갔어? 가는 길에 사람들은 있어? 햇볕은 괜찮지? 오늘 같은 날씨에 아마 괜찮을 거야. 그래서 내가 거기 추천한 거야~"

너무도 세심하게 챙겨주신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녹고뫼오름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550개 계단을 오르던 중, 숲 속에서 빠져나온 시점에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까지 숲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면서 '위대한 자연에 비해 사람이 진짜 작은 존재구나'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행히 아직 구름이 짙게 깔리기 전이라,

큰녹고뫼오름 정상에서 제주 서쪽을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비록 거센 바람 때문에 여유롭게 감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3738 아저씨의 추천을 따라 여기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슬슬 내려오려던 찰나에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 3738 아저씨.

"내려오는 길이 더 위험해~ 뱀이 일광욕하러 나와있을 수 있으니까, 땅을 잘 보고 걷고~

 작은 녹고뫼 갈 거면, 내려오다가 ~~~ 여기로, 저기로,, ~!! "


큭큭. 난 지금 몸은 혼자 있지만, 아저씨랑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분을 만난 것에 대한 감사를 만끽하며, 족은녹고뫼오름과 궷물오름도 도장 꽝!

둘 다 좋았지만, 역시나 내 타입은 tough한 '큰녹고뫼오름'!!

강추해주신 아저씨께 다시 한번 감사! :D



하산한 뒤에, 다시 한번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태풍이 좀 더 늦게 온다고 한다.

(제주도 날씨는 정말 너무나도 변덕스럽다 =_=!!)

이럴 줄 알았으면, 아르떼 뮤지엄 먼저 가서 예쁘게 사진 찍고 나서 산에 오를걸... 하는 생각을 하며, 

아르떼 뮤지엄으로 향했다.


막상 도착한 그곳에는,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셀카를 찍을 수 있게 거울이 많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예쁜 사진은, 셀카로 찍을 수가 없었다ㅠ


한두 차례 시도하다가 '사진 찍기'를 포기한 시점에, 혼자 삼각대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소녀를 만났다!! *-*

용기 있게(?) 먼저 말을 걸어서 "사진 친구"를 하기로 하고, 함께 뮤지엄을 활보하며 다녔다 ㅎㅎ

덕분에 혼자서는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을 신나게 건질 수 있었다 ^ㅡ^*





오늘 하루를 보내며,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걸고 다가가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나인데-

왜 직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경직되어, 스스로를 표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오래&자주 만나게 될 존재들에게는 좀 더 잘 보여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내 안에 존재하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야, 삶이 좀 더 수월할 텐데 :)

그들이 내게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주고 싶은 욕심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탓인 것 같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혹은 기대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갖고 있는 본연의 자아를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이.

그래서 더 자유롭고 좋았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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