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좋아하세요?
아니 살구 본 적 있나요?
정말 오랜만에 귀엽게 탐스럽게 열린 살구를 보았다. 처음엔 복숭아인가 했는데 아니다 살구였다.
집 주변에 살구나무가 있는지 몰랐는데 길에 떨어져 있는 과일이 궁금해 뭔가 해서 주워봤더니 살구다. 게다가 향을 맡았는데 무척이나 달콤했다. 인위적이지 않은 살구향은 거의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오랜만에 맡아본 것 같다. 그리고 그 달콤한 내음이 왜 수많은 살구향 바디제품이 출시될 수밖에 없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다음 날 길을 가다 과일 가게에서 살구를 파는 걸 보고선 충동적으로 살구 한 소쿠리를 사버렸다. 집에 오는 내내 달콤한 향을 상상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아니 왜 살구향이 나질 않지? 똑같은 살군데 향이 없다. 불안한데? 이거 어쩐지 달지 않은 살구를 사버린 것 같다.
여전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살구를 조금 잘라먹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달지 않다. 시다. 온몸이 부르르 떨릴 만큼 시다. 아니야. 이건 내가 원했던 살구가 아니야.
다시 길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주으러 뛰어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사온 살구는 환불하고 싶어졌다. 어쩌지 고민하다 안 되겠다. 이렇게 된 이상 살구청을 만드는 수 밖엔.
잘 씻어내 물기를 제거한 살구를 조각조각 잘 썰어준다. 빈 유리병에 차곡차곡 쌓으며 한 층이 쌓일 때마다 설탕을 뿌려준다. 그리고 다시 살구, 다시 설탕.
나는 엄청 단 청을 먹고 싶지는 않아 설탕 대신 마스코바도를 쓰고 적당한 양을 넣어 냉장고에 하루정도 숙성시켰더니 묽은 청이 완성되었다.
시원해진 청을 컵에 붓고 물과 얼음을 넣어 마셨더니 새콤 달달한 시원한 음료가 되었다. 이것으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취향껏 탄산수나 사이다를 넣어 마셔보아도 좋을 것 같다. 있다면 민트나 로즈마리를 넣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보자.
아무튼 살구청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