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주택 주거코치 인권 교육에 갔다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각자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적은 다섯 가지는 이것이었다.
1. 자기 자신의 호오(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를 분명히 앎
2. 최저생계비
3. 원하는 관계
4. 충만
5. 반성
돌아보니 이 다섯 단어는 ‘거창한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 당장 오늘 하루를 버티고 숨 쉴 수 있게 해 주는 최소한의 조건에 가까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또렷이 알고, 내 삶이 굴러갈 최소한의 살림이 유지되고, 억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관계 안에서, 마음 한 칸쯤은 비어 있는 충만을 느끼며,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것.
인권,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보면 자기 자신을 불살라 각자가 꽂힌 영역에 매진하다가, 완전히 휘발되어 일찍 죽거나 병을 얻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정의감 역시, 어쩌면 자기만족을 채우기 위한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 욕망이 너무 커져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질주하다 어느 순간 한계치를 넘어서 버리는 순간을 경계하자는 취지다. 뒤늦게 멈춰서 돌아보면, 건강도 멘탈도 이미 나가버린 뒤,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있으니 말이다.
우리 모두는 귀하다.
남이 귀한 만큼, 나도 귀하다.
그래서 우선, 나를 잘 돌봐야 한다.
내가 귀한 만큼, 남도 귀하다.
그러니 당연히, 너를 존중한다..
그 누구에게서 존중을 기대하기 전에, 각자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주 좋은 운으로 그런 여유를 조금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물질적·환경적 여러 조건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을 돌아볼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을 향해, 그들도 스스로를 귀히 여길 수 있도록 함께 둘러보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발맞추어, 너무 앞서지도 너무 뒤처지지도 않게 걸으며 서로를 둘러봐 주는 연대의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따뜻해진 봄날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마주 보면 좋겠다. 그게 아직 부담스럽다면 힐끔힐끔 곁눈질이라도 괜찮다. 그마저도 소중한 시선이니까.
26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연기법은,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최신 물리학 이론의 발견들 역시 세계의 연결성을 다른 언어로 증명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AI라는 전에 없던 존재와 함께, 어쩌면 경쟁하듯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에,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서로를 보살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불태워 없애는 헌신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돌봄으로 서로를 지키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