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공항 탑승동의 공항 식당
오사카에 갈 때마다 제주항공을 타는데, 제주항공은 일본의 피치항공, 중국의 춘추항공과 더불어 간사이 공항 제2터미널을 사용한다. 제주항공이 다른 항공사보다 간사이 공항행이 저렴한 이유는 터미널 사용료가 저렴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용 인원이 적어서 각종 수속이 일사천리에 끝나는 건 굉장한 장점이지만, 면세점과 식당이 너무 부실하다.
일본 간식을 포함한 기념품숍, 화장품 매장 등은 나쁘지 않은데 주류 코너가 너무 부실하다. 일본 위스키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오사카 시내에 있는 우메다의 리커샵, 리커 마운틴조차도 라인업이 변변치 않았기 때문에 이 지역 위스키 라인업이 대체적으로 부실한 건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작은 공항답게 탑승동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오사카 고치 식당이라는 곳이 터미널 2 탑승동의 유일한 식당이다. 나리타 공항 3 터미널도 피치항공과 제주항공만 취항하는 작은 터미널이지만, 거긴 그나마 식당이 다섯 종류는 되니 골라먹을 자유가 있다. 여긴 선택의 자유가 없다.
습관처럼 출국 두 시간 반 전쯤 공항에 도착하면, 모든 수속과 보안검색을 마치고도 한 시간 반이나 남는다. 있을 곳이 없어서 식당 의자에 앉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져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식이다.
이 식당의 이름은 오사카 고치 식당이다. 난 쿠시카츠를 주문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절대 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난바의 밧텐요카토에서도, 쿠시카츠 다루마 기타신치점에서도 토끼가 뜯어먹을 듯한 풍성한 양배추를 받았는데, 오사카 고치 식당의 양배추는, 보통 돈가스를 주문하며 곁들여 나오는 채 썰은 양배추였다.
그런 사소한 걸 떠나서도, 쿠시카츠가 기름에 절어 느끼했다. 쩐내가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성의 없는 음식이었다.
한 달 후 숙소 근처의 쿠시카츠 다루마에서 진짜배기 쿠시카츠를 먹은 후에야, 쿠시카츠가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쿠시카츠 다루마의 쿠시카츠가 오사카 고치 식당의 아류 쿠시가츠보다 백만 배 정도 맛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나는 한 달 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다. 조금 늦게 공항에 도착해도 될 텐데도 또 두 시간 반 전에 터미널에 도착했고, 탑승동에 발을 디디자 한 시간 반이 남아있었다.
그때와 똑같이 있을 곳이 딱히 없었고, 서둘러 나오느라 배가 고팠다.
전날 바 베소에서 카레로 저녁을 먹었음에도 메뉴에서 가츠 카레를 본 순간, 또 먹고 싶어 졌다. 나는 호갱 모드가 되어 가츠 카레를 주문했다. 나름 커피가 할인이 되는 세트메뉴였는데도, 둘이 합쳐서 1,458엔이 나왔다.
가츠 카레는 1,242엔, 아이스커피는 216엔이었다. 커피는 비교적 저렴했으나 카레는 가성비가 너무 나빴다. 카레 소스는 한 달 전 쿠시카츠처럼 기름이 둥둥 떠서 니글니글했고, 가츠는 돈가스의 고장 일본답지 않게 차갑고 육질이 퍽퍽했으며 희미하게 고기 냄새마저 났다.
오히려 우리나라 돈가스 체인점인 가츠몽에서 파는 8,000원짜리 돈가스 카레가 훨씬 맛있었다.
게다가 여긴 밥이랑 카레, 돈가스만 달랑 나오는 게 아니라 국이랑 양배추 샐러드, 단무지와 깍두기도 주지 않던가. 여러모로 가성비 극악의 음식이었다.
카레를 안주로 파는 바 베소의 카레 소스가 더 맛있었고, 고기는 한국의 체인점에서 파는 양산형 돈가스가 훨씬 나았다.
여러모로 놀이공원에서 파는, 가격만 비싸고 맛없는 음식점을 닮은 곳이었다. 이게 웬걸, 구글맵에서 이 식당을 검색해보니 평점이 2.4였다. 역시 구글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리 조사 좀 하고 먹을걸 그랬다. 다음에 또 이곳에 오더라도, 쫄쫄 굶는 한이 있더라도 커피만 시켜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