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Jul 01. 2019

생애 첫 비즈니스석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생애 첫 비즈니스석 티켓 / 2017년 2월

‘비즈니스 앉을 돈으로 여행을 한 번 더 가지!’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도 비즈니스석으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와 체크인을 하려고 서있으니, 카운터에서 우리 차례가 됐을 때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했음. 결국 미리 모바일 체크인을 안 했던 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날 아침, 갑자기 엄마의 캐리어가 고장 나 급하게 새 캐리어를 사는 등 수십 만원을 썼는데 결국 이 모든 건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로 보상받은 셈이었다. 어차피 캐리어는 오래 쓰면 고장 나기 시작해 하나 마련해야 하고, 지금 저 캐리어로 이미 수십 번의 여행을 다녔으니 여한이 없다.

개별 모니터는 이코노미석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좌석 간격이 넓은 게 가장 돋보였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짧은 비행이지만 장거리 여행처럼 슬리퍼도 받았다. 몇몇 외항사들은 장거리 비행에도 슬리퍼를 안 줘서 내가 개별적으로 일회용 슬리퍼를 챙겨가는데 말이다.

식전주로는 당연히 샴페인을 선택했다

엄마와 단둘이 함께 한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그 시작이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라는 이벤트라 기뻤다. 아시아나 덕분에 편안하게 다리 쭉 뻗고 비행하실 수 있는 효도를 할 수 있었다.

양식과 한식 두 가지 메뉴 / 2017년 2월

점심식사는 양식과 한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양식, 엄마는 한식을 고르셨다. 양식은 베이컨을 올린 오믈렛이, 한식은 전복죽이 나왔다. 전복죽도 물론 고가의 식사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죽집에서 먹어볼 수 있는 식사라 조금 아쉬웠다.

크림 오믈렛은 평소에 자주 먹는 메뉴는 아니라 신선했고, 패스트리도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다면 무조건 양식을 선택할 것 같다.

아무래도 한식보다는 양식이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식전주 샴페인에 이어 식사에 곁들이는 화이트 와인까지, 아침부터 낮술을 한 셈이었다. 장거리 비행이었으면 이렇게 거하게 먹고 한숨 잤겠지만, 나리타보다 비행시간이 짧은 간사이행이라 식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되어 서서히 이륙 준비에 들어갔다.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 트레인으로 이동하던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말고도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를 받은 모녀가 또 있었다. 여러 사람이 갑작스러운 행운의 선물을 받은 날이었다.

돌아오는 날 셔틀 트레인을 기다리며 / 2017년 3월

시간이 빠르게 흘러 사흘 후가 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는 예정 그대로 이코노미석을 탔다. 두 번째의 행운은 없었다.

돌아오는 길, 이코노미석에서의 식사 / 2017년 3월

식전주와 와인이 없는, 작은 직사각형 박스에 음식이 담긴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치 유리구두의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포에서 오사카까지의 90분 남짓한 비행은 반짝반짝 빛나는,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