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유리구두
‘비즈니스 앉을 돈으로 여행을 한 번 더 가지!’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도 비즈니스석으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와 체크인을 하려고 서있으니, 카운터에서 우리 차례가 됐을 때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했음. 결국 미리 모바일 체크인을 안 했던 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날 아침, 갑자기 엄마의 캐리어가 고장 나 급하게 새 캐리어를 사는 등 수십 만원을 썼는데 결국 이 모든 건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로 보상받은 셈이었다. 어차피 캐리어는 오래 쓰면 고장 나기 시작해 하나 마련해야 하고, 지금 저 캐리어로 이미 수십 번의 여행을 다녔으니 여한이 없다.
개별 모니터는 이코노미석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좌석 간격이 넓은 게 가장 돋보였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짧은 비행이지만 장거리 여행처럼 슬리퍼도 받았다. 몇몇 외항사들은 장거리 비행에도 슬리퍼를 안 줘서 내가 개별적으로 일회용 슬리퍼를 챙겨가는데 말이다.
엄마와 단둘이 함께 한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그 시작이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라는 이벤트라 기뻤다. 아시아나 덕분에 편안하게 다리 쭉 뻗고 비행하실 수 있는 효도를 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는 양식과 한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양식, 엄마는 한식을 고르셨다. 양식은 베이컨을 올린 오믈렛이, 한식은 전복죽이 나왔다. 전복죽도 물론 고가의 식사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죽집에서 먹어볼 수 있는 식사라 조금 아쉬웠다.
크림 오믈렛은 평소에 자주 먹는 메뉴는 아니라 신선했고, 패스트리도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다면 무조건 양식을 선택할 것 같다.
아무래도 한식보다는 양식이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식전주 샴페인에 이어 식사에 곁들이는 화이트 와인까지, 아침부터 낮술을 한 셈이었다. 장거리 비행이었으면 이렇게 거하게 먹고 한숨 잤겠지만, 나리타보다 비행시간이 짧은 간사이행이라 식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되어 서서히 이륙 준비에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말고도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를 받은 모녀가 또 있었다. 여러 사람이 갑작스러운 행운의 선물을 받은 날이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사흘 후가 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는 예정 그대로 이코노미석을 탔다. 두 번째의 행운은 없었다.
식전주와 와인이 없는, 작은 직사각형 박스에 음식이 담긴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치 유리구두의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포에서 오사카까지의 90분 남짓한 비행은 반짝반짝 빛나는,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