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Nov 13. 2018

하수의 여행

11월의 오사카

축구 미디어 풋볼리스트가 오사카를 방문해 황의조 선수와 인터뷰를 했다. 장소는 기타하마의 카페라고 했다.

기타하마의 카페에서 인터뷰를 한 황의조 선수

기자가 물었다.
“이 기타하마 지역은 오사카에서 자주 오는 곳인가요?”
“저희팀에 재석이 형이 있으니까 쉬는 날에 커피 마시러 이렇게 몇 번 오긴 했는데, 가끔씩 오면 강가가 있어서 거기 앉아서 커피 먹고 하는 것 같아요.”

기타하마 지역은 오사카역 혹은 우메다라 불리는 지역 남쪽의 강변 근처이다. 황선수는 오사카 생활 2년차, 오재석 선수는 6년차이다. 즉, 오사카의 로컬들인 셈이다. 지역 주민들이 쉬거나 여가를 보내는 곳은 내가 여장을 풀고 식사를 하던 난바나 도톤보리가 아니라 기타하마였다.

Namba, Osaka, November 2018

사실 나는 “나 관광지요” 라고 써붙인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런던에 일주일 여행할 때도 빅밴이나 런던탑은 가지도, 보지도 않았다.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의 동선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런던 아이도 멀리 떨어진 프림로즈힐에 올라가서 봤다.

오사카의 상징, 도톤보리

그러나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였기 때문에 오사카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는 도톤보리에 갔고 남들처럼 글리코상의 사진을 찍었다. 내가 오사카의 얼굴은 이곳이라며 마지막 날 저녁을 여기서 먹자고 했다. 그러나 정작 엄마는 도톤보리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마치 명동 같던 도톤보리 골목

도톤보리 골목은 마치 명동 같았다. 여행책에 맛집으로 소개된 곳은 족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듯한 줄이 늘어서 있었고, 한 집 걸러 있는 드러그스토어에선 직원들이 길에서 호객 행위를 했다. 마치 명동에서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재림한 것 같았다. 드러그스토어의 직원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명동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이런 곳은 딱히 여행을 오지 않아도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회사가 명동과 가까운 곳에 있을 때 들은 얘기이다. 명동 I토스트에 긴 줄이 있었다.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그 토스트는 맛있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20분 동안 줄을 서서 먹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보니 그분들은 중국 관광객들이었다. 여행책 어딘가에 명동 I토스트가 맛집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 오면 무조건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내자동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오사카의 로컬들도 도톤보리나 난바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다른 곳을 추천해줄지도 모르겠다.

타이베이의 명동, 시먼딩

대만에 갔을 때 타이베이의 명동이라는 시먼딩에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는데 마지막 행선지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먼딩을 선택했다. 더운 와중에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시원한 카페가 많았으나 특색 없고 볼거리도 없었다.

친구와 함께 시먼딩 거리를 조금 걷다가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무료하고 피곤했던 우리는 테이블에 엎드려 졸다가 이름 모를 식당에서 맛없는 점심을 먹었다.

시먼딩에서 먹었던 끔찍한 식사

신기해서 여러 음식들을 주문했던 것 같은데 딤섬 외엔 모두 실패했다. 만두인줄 알고 선택했던 요리는 닭요리였는데, 닭의 껍질과 갈린 뼈, 골수가 느껴지는 정말 끔찍한 음식이었다.

사카에 스시, 오사카, 2018년 11월

오사카에서의 첫 식사도 실망스러웠다. 난바 뒷골목에 있는 (이래뵈도) 구글맵 평점 4점이 넘는 사카에 스시였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까지도 세 번 실망시킨 곳이었다. 첫째, 흡연석이 따로 분리가 안 되어 있어서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며 초밥을 먹어야 했다. 둘째, 고등어와 전어초밥은 너무 비렸고 전복 초밥은 매우 질겼다.

방어가 뭐길래 안주냔 말이다

마지막 카운터 어택은 질 안 좋은 눈속임이었다. 분명히 방어 초밥 한 피스를 시켰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서 한국인 직원에게 방어 초밥이 나오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미리 사진을 찍어놔서 다행이었고,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국인 직원이 없었더라면 호갱처럼 돈만 내고 먹지도 못할 뻔했다.

타츠 스시, 나리타 공항, 2018년 1월

사실 이런 적은 처음이 아니었다. 나리타 공항의 서서 먹는 초밥집에서 아카미, 참치 뱃살 중사이즈와 대사이즈 등 총 3개를 주문했는데 두 점만 나온 것이다. 내가 아무리 사진을 보여주며 난 3개를 주문했는데 2개만 나왔다고 얘기해도, 다 나왔다고 점원이 일본어로 속사포로 얘기하는 통에 말이 안통해서 호갱님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 집은 (맛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왠만한 비싼 초밥집보다 맛있었다. 그러나 오사카의 사카에 스시는 맛도 없었다.

자칫 그저 그런 평범한 여행이 될 뻔했던 하수의 여행에서 빛났던 일정은 파나소닉 스이타 스타디움에서의 축구경기 관전이었다.

감바 오사카와 쇼난 벨마레의 경기, 2018년 11월

응원했던 팀이 승리했기에 기쁘고 재밌었으며 엄마 또한 처음 경험하는 축구경기 직관을 즐거워하셨다. 심지어는 이번 여행 중 축구를 본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말씀하셨다. 엄마와 나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만박기념공원의 관람차와 태양의 탑

덕분에 별도로 찾아가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먼 곳에서 오사카 만박기념공원의 런던 아이를 닮은 관람차와 <20세기 소년>에 등장한 태양의 탑도 원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경기가 열렸던 스이타 스타디움과 매우 가까웠기 때문이다.

난바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스이타 스타디움

중심가 보다는 외곽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들이 많은 듯했다. <고독한 미식가> 시즌 6에 등장하는 오코노미야키집도 관광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오사카 남부의 비쇼엔에 위치한다.

(좌) 나라의 Lamp Bar (우) 스이타 스타디움

다음에 또 오사카를 방문하게 되면, 북적대는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곳들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나라의 고풍스러웠던 바 ‘램프바’나 축구를 관람했던 ‘스이타 스타디움’ 같은 곳들 말이다. 혹은 기타하마나 텐노지의 숨겨진 카페들을 찾아 나서고 싶다. 아니, 가급적이면 오사카 로컬에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을 추천받고 싶다.

일본 서쪽 지방을 아우르는 교통카드, ICOCA

조금은 아쉽고, 그만큼 미련이 남는 오사카 여행. 2박 3일은 너무 짧았다. 그리고 못 가본 곳들에 대한 동경이 있기에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재차 방문하면 도쿄처럼 점점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마지막날 교통카드였전 ICOCA를 환불하지 않고 그대로 지갑에 넣고 돌아왔다. 다음에 언제 또 만날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오사카를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애 첫 비즈니스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