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곡동 마우로아
아침에 재빨리 아차산에 올라갔다가 비가 내리기 직전에 군자역 마우로아에 도착했다.
올해 초봄에도 아차산과 용마산 정상 찍고 내려온 후 마우로아에서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었다. 아차산 뒤풀이 장소로 마우로아만한 곳이 없다.
나는 샤도네이를 싫어하니까 포틸로 쇼비뇽 블랑을 골랐다. 마우로아에 올 때마다 마시게 되는 듯한 포틸로 쇼블. 포틸로 말벡으로도 있었던 것 같다.
이곳의 하우스 와인은 하프 보틀로 주문이 가능한데, 하프 보틀을 시켰더니 과학시간에 볼 수 있었던 ‘진짜 플라스크’가 나와서 신기했다.
서비스로 나왔던 말린 대추. 원래 대추 특유의 꾸덕한 단맛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바삭하고 산뜻해서 맛있었다.
후무스는 이국적인 맛이 날 거라고 생각해 즐겨먹지 않았는데, 마우로아의 후무스는 대중적이고 맛있었다. 함께 나온 빵은 숨구멍 빵이라 부드러웠고, 후무스에 곁들인 올리브유와 통후추가 환상적이었다.
메인 요리는 마우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메뉴인 이베리코 플루마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마우로아에서 이베리코 플루마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시즌에 맞춰 트러플 슬라이스를 올려주는데, 5월의 트러플은 화이트 트러플이었다. 메쉬 포테이토에서도 트러플 향이 가득하다. 마우로아의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맛있다!
고기를 찍어먹는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고추냉이, 굵은소금도 별미이다.
마우로아는 성수동에서 중곡동으로 이사 오면서 스몰 플레이트에 강한 와인바가 되었다. 이번에는 항상 먹던 트러플 감자튀김 대신, 구운 알배추를 주문해봤고 바로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구운 알배추는 이전에 마우로아에 있던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트위스트 된 신메뉴이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도 무척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양은 구운 알배추 쪽이 더 많다.
구운 알배추에도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처럼 까망베르 치즈 소스가 들어갔지만, 프로슈토 칩과 초리조 오일이 듬뿍 뿌려져 있는 게 다른 점이다.
안 그래도 마우로아의 파스타 중 루꼴라 오일 스파게티니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초리조 오일이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초리조 오일을 머금은 달달한 속배추의 식감과 맛은 엄청난 중독성이 있다. 그야말로 훌륭한 술안주이다. 종종 구운 알배추의 고소한 감칠맛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