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미미향
산정호수 둘레길에 갔다가, 미리 예약한 미미향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픈 시간부터 마감시간까지 풀 부킹이라,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먼길 와서 허탕 친다고 했기 때문이다. 4시 50분에 도착했는데, 몇몇 예약 손님들이 도착해있었다.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다섯 시에 예약자들이 대거 입장했다. 메뉴판도 받지 못했는데 사장님이 오셔서 주문을 받으셨다. 나는 메뉴판을 보겠다고 했는데, 이 식당에 익숙한 다른 팀들은 메뉴도 보지 않고 주문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리도 메뉴를 보지 않고 미리 결정한 후 바로 주문을 했어야 하는 건데. 고민 끝에 간장과 생강소스 베이스의 깐풍샤를 주문했고, 식사는 나중에 주문하겠다고 했다. 잘못된 루트의 시작이었다.
여긴 탕수육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원래도 5-60년간 이어진 맛집이지만, 수요 미식회에 탕수육이 나와 더 유명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탕수육 혼자 2만 원대로 가격 장벽이 낮아서인지 다른 테이블들은 모두 탕수육을 주문했다. 깐풍샤를 주문한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 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 우리 테이블만 비어있었다. 양장피(이곳에서는 양장필이라 부른다)를 주문한 테이블, 탕수육을 주문한 테이블은 모두 음식이 나왔다. 같은 종류의 메뉴끼리 함께 묶어 우선적으로 조리하는 것 같았다. 주문을 늦게 한 테이블들보다도 훨씬 뒤에 나오니까 조금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깐풍샤가 테이블 위에 오른 순간, 그 섭섭함은 까마득히 잊게 되었다. 처음엔 4만 원의 가격이 부담스러웠으나, 다른 중식당에 비해 수많은 새우들이 접시 위에 있는 걸 보고 놀랐으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전혀 느끼하지 않은 식감에 놀랐다. 그리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간장과 생강 섞인 매력적인 소스의 향연에 세 번째로 놀랐다. 처음에는 양이 꽤 많다고 생각했으나,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사라져 버렸다.
깐풍샤로 미미향 요리에 대한 신뢰감이 쌓여서, 탕수육을 추가 주문했다. 탕수육도 역시 훌륭했다. 고기 잡내도 없고, 소스도, 튀김 상태도 일품이었다. 일반적인 탕수육과는 다르게 대파가 조금 들어있었는데, 대파의 맛과 향이 은근히 탕수육 소스와 잘 어울렸다.
마지막 식사로는 삼선간짜장을 시켰다. 특이하게도 야채가 소스가 아니라, 면 위에 올려져 있었다.
빨갛고 파란 생 파프리카가 알록달록하여 예뻤다. 삼선간짜장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이문동의 감칠맛 나는 고추 간짜장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영화장’보다 감칠맛은 덜하지만, 생 파프리카가 들어가서인지, 신선하고 상큼했다. 중국음식을 다 먹은 후 기름기가 많은 음식 특성상 더부룩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미미향의 삼선 간짜장은 기름에 볶지 않은 야채와 해산물 덕분에 속이 편안하고 건강에도 좋은 듯한 기분이었다. 심지어 오징어는 얼마나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지, 질긴 해산물을 잘 못 드시는 어머니도 매우 잘 드셨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도 파프리카의 잔향이 떠올랐다. 최고의 저녁식사였다. 포천 이동에 가면 이동 갈비를 먹을게 아니라, 중국요리를 먹으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