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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y 01. 2016

#50 Rochester Sweeps Festival

Feat. Bank Holiday

새벽6시, 이른 새벽부터 Golders Green 에 위치한 한 플랏에서는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듯한 청년이 부산한 머리를 이래저래 메만지며 하품과 함께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평소와는 다른 생활패턴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반도 채 뜨지 못한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청년은 뭐하러 눈을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채로 새벽부터 움직이기 시작할까. 주말이라고 하면 평일동안 소모했던 체력을 보충하고 잠을 푹 자는게 기본이다. 하지만 오늘은 약속이라도 있는지 준비하는 내내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껏다하며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초조함마저 느껴졌다. 데이트약속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버스 정류장에서도 발을 동동 굴리며 하염없이 코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가 오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버스 2층에 올라가 한적한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역시나 잠이 부족했는지 바로 그르렁거리며 흔들리는 버스 창가에서 머리를 통통 부딪히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소중한 주말의 아침잠을 포기하고 내가 향한 곳은 바로 Victoria Station. 언더그라운드와 기차역이 같이 있는 곳며 오늘 집결지이기도하다. 오늘은 학원의 소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Rochester 라고하는 영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딱히 유명하지도 않고 큰 대도시도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실제로 이 소셜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앞서서 돈을 낭비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래저래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찾아봤지만 한국 웹사이트들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Rochester 라고 검색하면 미국의 Rochester 주가 검색될뿐 영국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없었다. 그래서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외국 사이트에서 찾아본 축제사진과 주변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서 오기로했다.

집결시간이 9시 15분이였는데 절대 지각하지 않겠다는 집념하에 8시 40분가량 정도에 도착했다. 30분가량 시간이 남아서 뭐하지 고민하다가 잠시 빅토리아 기차역을 둘러보고 그냥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역시 휴대폰을 보고있으니 시간이 엄청 쑥쑥 빨리지나갔다. 시계가 9시 15분을 가르키자 두리번거리며 인솔 선생님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봐도 보이지 않아서 순간 등줄기로 땀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설마... 휴대폰보다가 놓친건가?' 만약에 놓쳤다면 생돈만 날리는 샘이다. 다행히 땀이 흘러내려 허리끝에 닿기 직전에 찾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번 소셜프로그램은 우리 학원뿐만 아니라 다른 학원 사람들도 같이가는 행사였는데, 항상 주말에 런던 밖으로 나가는 소셜프로그램은 이렇게 다른 학원들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듯 했다. 사람이 점점 모이는데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이였다. 알고보니 나 포함 딱 3명이 우리학원이고 나머지는 타 학원생들이였다. 그래서 가볍게 자기소개와함께 인사를 나누다가 중국인 학생과 친해졌다. 덕분에 Rochester에 향하는 여정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며 흘러지나가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며, 드디어 여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좀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런던 밖을 나가는 것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언제나 처음, 첫느낌이 가장 중요한법. 그래서 순간순간 느낌을 기록하고 이렇게 일기로 옮겨나가는 중이다.


Rochester에서는 Bank holiday를 기념하여 축제가 진행중이다.  Sweeps Festival이라고 하는데 축제의 기원이 좀 재미있다. 이 작은 도시에는 굴뚝 청소부들이 있는데 Bank Holiday만 되면 거리로 튀어나와 얼굴에 숯칠을 한뒤 분장과 악기, 그리고 청소도구를 두들기며 즐겁게 휴일을 즐기는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에서부터 분장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마을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음악소리가 들려오면서 신발에 방울을 매달고 신바람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Rochester을 꿰 뚫는  High Street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거리로 나와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게 어제 그 많던 구름들은 어디로 다 갔는지 오늘 정말 쾌청한 날씨였다. 다만 그럼에도 공기는 아직 쌀쌀하여 두꺼운 패딩은 아직 벗을 수가 없었다. Crown이라는 맥주집 앞에서 가이드가 시작되었다. 런던에는 두가지 종류의 펍이 있다고하는데 Free market과 ....또하나가.. 기억은 안나는데 무조건 기업에서 만든 맥주만 팔아야하는 펍이 있다. Free는 말그대로 아무 맥주나 판다고해서 Free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맥주집 마다 그림이 그려져있는 이유인데, 런던의 대부분의 맥주집들은 국가와 관련된 상징물로 이름을 짓는데 빠짐없이 그림, 마크가 그려져있다. 그 이유가 바로 글자를 못읽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는 점이 신기했다. 옛날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 조선처럼말이다.

그 뒤에는 바로 Rochester Castle로 향했는데 이래저래 관련 이야기라던가 역사가 있었지만 솔직히 영어로 설명을 들은데다가 적을 틈도 없어서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영국에서 이래저래 권력싸움으로 나눠져있을 때, 여기 성에서 반란? 비슷한게 일어나고 그 반란을 국왕이 진압했다는게 전체적인 큰 줄기인데 여기서 중요한게 이 성을 함락하는 방법이 땅을파서 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지하에 폭탄을 터뜨려 성을 무너트린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잘 보면 성 외각에 무너졌던 부분을 재건한 흔적이 보인다.


성안은 엄청 넓었는데 웃겼던건 엄청 큰 화장실.. 아니 배변처리소였다. 순간 1000년 먹은 배변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찝찝해졌지만 나름 재밌는 경험이였다. 성 꼭대기에 올라가면 Rochester의 주변풍경이 전부 내려다보이는데 장관이였다. 날씨도 좋아서 뻥뚫린듯한 기분이 들어서 몸도 마음도 같이 정화되는 기분...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였다. 그리고 성에서 나와 이래저래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유럽권이다보니 종교적으로 문제가 많았는데 비숍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비숍은 종교지역에서 수장이라고 생각하면되는데 초대 비숍부터 가장 악랄했던 비숍의 이야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가볍게 악랄한 비숍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을 벌레취급하던 비숍을 보다못한 아래사람이 독을 음식에탔는데 비숍이 우연히 먹지않고 애꿎은 사람만 죽게되었다. 그 뒤 비숍에 의해서 형벌에 처해졌는데 끔찍하게도 끓는 물에 넣어서 그대로 삶아버렸다. 이런 이야기 말고도, 찰스2세가 청교도혁명 뒤에 영국에 돌아와 즉위하기전에 머물렀던 집이라던가 엘리자베스1세 (그 유명한 영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여왕)가 머무르고 Satis(만족이라는 satisfaction 이라는 단어의 시작)라는 명언을 만들어낸 집 등 유독 집에관한 일화가 많았다.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설명을 전부 듣고 그 뒤로 개인시간을 가지고 둘러보았다. 각자 2명씩 짝지어서 흩어졌는데 나는 중국인 친구와 함께 돌아다녔다. 여성이라서 그런지 이래저래 끌고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데 정말 힘들었다. 이게 여자들 쇼핑 따라다니는 기분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점심은 노점상에서 치즈 베이컨 버거를 먹었는데 흠... 뭐랄까 나름 괜찮긴한데 뭐 축제 음식이라 아무래도 질이 조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긴했다. 그리고 한참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다 서로 지쳐서 햇살을 즐기며 벤치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떼우다 갑자기 디저트이야기가 나와 디저트 가게로향했다. 밀크티를 먹었는데 정식으로 차에다가 우유를 타서 만들어 먹은건 처음이였다.

이렇게 Rochester 여행이 끝이났다. 기대이상으로 즐거웠고 좋은 만남도있었다. 진작에 가볼껄 그랬다... 돈아낀다고 아까운 경험들을 놓쳤었다. 이제부터라도 왠만해선 참여하는 쪽으로 해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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