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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29. 2016

#48 Feedback

두달가까이 난 뭘 한걸까?...

오늘은 온종일 영어와 함께했다. 런던에 살고 있으면서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런던이라도 웹서핑은 한글로하고, 음악도 한국음악이고, 글도 한글로 쓴다. 이래저래 런던에 있음에도 한국과 맞닿아있는 현실이다. 한참 전부터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서 최대한 한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음악을 멀리하고 TED강의 음성파일을 항상 귀에 꼽고 다니는 중이다. 한국에 있을 때, 학원에서 TED강의 몇편을 배웠는데 그러면서 받아놓은 파일들이였다. 한번 배운 강의들이라 귀에 쏙쏙 들어왔고 길 다니면서 노래 흥얼거리듯 입으로 외고 다니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요새는 BBC에서 하는 Learning English라는 프로그램을 듣는데 새로운 어휘나 문법 그리고 듣기를 연습하는데 좋아서 즐겨 듣는중이다. 즐겨듣는다고하니 뭔가 변태스럽긴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가 나오면 기쁘기 그지 없다. 이 모든게 학원에서 살인적인 난이도의 듣기 수업을 진행해서 그런 것이다. 수업 때, BBC방송을 자막이고 설명도 없이 그냥 막 틀어주고 한번 보고나면 바로 그 내용에 대해서 토론해라고 하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뭘해라는 것이냐라고 불평할 틈새도 없이 빠르게 흘러지나가서 어버버 거리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집에 돌아가면 오늘 들었던 방송을 다시 틀어서 챙겨보는데 그래도 힘들었다. 자막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 많은 빠른 방송같은 경우는 정말 띄엄띄엄 자막이 흘러나와서 혼란만가져왔다. 언제쯤 듣기에 익숙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해야지 어쩌겠는가.


이렇게 듣기는 BBC며 TED며 각종 영어 방송들을 찾아들으며 연습중이고, 읽기 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내어주는 프린트나 교재 그리고 해리포터같은 소설책으로 연습중이다. 솔직히 어느정도 문법을 배웠고 단어도 좀 안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뻔한 형식을 벗어난 문장들은 독해하기가 어렵다. 몇번을 다시보고 분석하고 재 조합해야지 이해가는 부분이 많아서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오면 동사인지 명사인지도 몰라서 문장 해석에 더욱 혼돈을 몰고온다. 진짜... 언어의 끝은 어디인지.. 까도 까도 끝이없다. 도대체 제2외국어, 제3외국어는 어떻게 배우는건지.... 천재임이 틀림없다.


회화는 뭐랄까... 아직 제자리를 멤도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영국에 오기전에 이미 회화학원에서 꽤 오래 공부를 해서 기초는 다져져있고 왠만큼 일반 소통은 가능하다고 자부하지만 거기서 더 발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항상 썻던 단어에, 표현에 그리고 같은 문장형식... 이것이 반복되다보니 말하면서도 지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고자 학원에서 배운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다음날 써보면 어떻게된게 한사람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진짜... 공부할 생각이 있는 걸까... 한국에서 학원다닐때에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복습하고 말할 내용까지 준비해갔는데 여기는 반쯤은 아니 거의 학원에 놀러오는 분위기다. 아니 그냥 시간 떼우러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하는데에 있어서 소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공부를해도 아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 내가 잘못한건가하는 자기 불신부터 시작해서 내가 맞는게 확실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는 모습에 허탈함까지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양한 국가에서 나오는 다양한 발음이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어를 쓰는 사람들이 굉장히 심각한데 스페인 같은경우는 스펠링은 비슷한데 발음이 다른 단어가 많아서 몇몇단어는 아예 알아듣지를 못한다. 웃긴건 영어발음인데도 말이다. 간단히 예를들자면 피노키오가 뭔지를 모른다. 스페인어로는 '피노쳐' 라고 읽는다고 하는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전혀 다른 발음이고 배우는 과정이니 할 말은 없지만 수업때 대화하면서 느끼는 답답함이 너무 심하다. 이탈리아인 같은경우는.. 그 특유의 고질병이 있는데 말끝마다 ~느, ~드 ~ㅡ 소리를 붙인다. 예를들어 'I am' 을 '아이 엠므' 라고 읽고 I forgot 을 '아이 뽈갓느' 이런식으로 끝음을 질질 빼면서 올리는데 진짜 듣기 거북했다. 처음에는 진지하지 않은 것 같아서 화가나기도 했다. 뻔히 앞에서 선생님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가르쳐주는데도 끝까지 그 발음 그대로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 고칠 생각이 없는건지... 아니면 일본인처럼 구조상 영어발음하기 힘든 건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다는게 이렇게 장애가 심할줄은 런던에 오기전에 상상도 못했다. 물론 몇몇 국가들의 발음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같은 영어인데 그렇게 차이가있으려고 라는 생각이였다. 그 생각을 뒤엎는데 하루면 충분했다.


다음은 쓰기인데.. 이건 말하기랑 비슷하다. 계속 쓰는 단어 쓰는 표현만 쓰다보니 정체되어있음이 절실히 느껴졌고 그래서 조만간 작정하고 한국에서 하던 것 처럼 배웠던 표현들을 무작정 싸그리 집어넣으며 스토리텔링을 할 계획이다. 이야기에 논리가 빠지고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말이 안돼더라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회화 수업을 쓰기수업으로 바꿀 생각이다. 회화수업에서 실생활에 쓰이는 표현들을 배우고 그자리에서 써먹는 건 좋지만 문장력을 키우려면 아무래도 쓰기수업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약 1달반가량 회화수업을 들었으니 이제 다른 쪽으로 넘어갈 때가 되었다.


대충 이정도가 지금 내 영어공부의 중간검토 결과인데 암담하다. 영어가 늘었는지도 모르겠고, 특히나 여전히 간단한 말 할 때도 버벅인다. 내가 하는 말에 스스로가 확신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통화로 외국인 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지도 제대로 알아듣질 못하니 이야기가 빙글빙글돈다. 이렇게 냉정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니 정말 부끄럽다. 영어 딱 그거 하나만 보고 비싼돈 들여서 런던까지 왔는데 뭐하는 건가싶고, 죄송한 마음이 계속 떠나질 않는다.... 후회는 할 만큼했다. 후회 끝에 피드백을 했고,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여야한다.


열심히하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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