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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Jun 04. 2016

#84 Flood

홍수라니..

 하..... 오늘 정말 싱숭생숭한 일이 벌어졌다. 뭐랄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상황이라 기분이 묘하다. 그래서 우선 상황부터 말하자면 지금 유럽에 특히 프랑스, 벨기에, 독일에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여기까지는 뭐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니 이래저래 넘어갈 수 있지만 문제는 왜 하필 그날이 어제였느냐이다. 알겠지만 토요일은 프랑스 여행 첫날이였다. 그런데 폭우가 내린다니... 진짜 운도 지지리도 없다.


폭우가 뭐가 문제냐라고 묻는다면 내가 적을 때 한가지를 빼먹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바로 홍수다. 지금 파리 전역이 물에 잠겼다는 비보를 오늘 아침 수업시간에 알게되었다. 수업시작전에 간단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를 하는데 반친구 한명이 파리에 홍수가나서 축구 경기가 취소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 파리에 홍수가 났다고 하길래 잘못들으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뉴스를 뒤적이더니 물에 잠겨버린 파리의 모습이 떡하니 화면에 뜨는게 아닌가. 그 때 받은 충격이란 아직도 머리가 징~하니 울릴 정도다. 장엄한 에펠탑 4다리는 물에 잠겨 그 밑은 찾아 볼 수 없었고, 그 넓디 넓은 평야의 도시인 파리는 센느강이 범람하여 베네치아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물의 도시였다. 뉴스의 사진 마다 사람들이 배를타고다니며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물론 그 광경이 매우 안쓰러웠기는 했지만 사람이란게 일단 자신의 일이 먼저아니겠는가. 무슨 성인군자도아니고 여행계획이 다 틀어질 판국에 파리 시민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수업 내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내일 비행기가 출발하는데 이걸 취소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부터 시작해서 환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까지.. 오늘 듣기를 중점으로 수업을 했는데 단 한글자도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부랴부랴 파리의 상황을 알아보는데 박물관들은 다 폐관하고 미술품들은 다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보관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2만 가구가 물에 잠기고, 전기는 끊기고, 시미들은 파업하고.... 도무지 여행갈 상황이 아니였다. 머리를 싸매고 한참을 멍때리다가 문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주 약간만 부정적으로 생각해봐도 수십년만의 폭우로 인한 홍수가 25년만의 첫 파리 방문날짜와 겹치는건 너무 하지 않는가? 그것도 일기며, 전화며, 카톡이며 온갖 소통수단으로 떠벌리면서 긴장해있던 스스로를 북돋아 여행가기 직전에 말이다. 그렇게 혼자 부들부들 거리면서 다음 수업에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서 예약취소란에 마우스를 가져다 놓았다 뗏다를 반복하는데 주변에서 친구들이 위로를 해주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여행을 가고나서 홍수를 안당한게 어디냐라는 말이 대부분이였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냥 아쉬울 뿐이다. 준비했던 기간, 예약 취소로인한 금전적피해, 급작스러운 취소에 따른 정신적 피해까지 합쳐지면 그놈의 홍수는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삭제시켜야 마땅하나, 자연재해는 아직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렇다고 꼭 나쁘기만한 하루는 아니였다. 이번 여행이 취소되면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다른 여행을 갈 수가 있었다. 몇일 전에 같이 여행을 가자고 권유를 받았었는데 이미 난 여행 계획이 있어서 안타깝게도 거절했던적이 있다. 그 때 매우 아쉬웠었는데 운좋게? 참여할 수 있게되었다. 국가는 4군대 약 2주가까이정도 여행을 떠난다. 프라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그리고.... 어디였더라... 여튼 꽤 흥미로운 국가들이였다. 그 파티에 참여를하고 오늘 저녁 늦게까지 숙박이랑 비행기, 버스 예약을하던 중, 오후반에 한국인 학생이 한명 이번주에 왔는데 나이도 같고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던중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었는데 언젠가 한번쯤 꼭 뮤지컬을 보러가겠다라는 생각이 있던 나로 써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 친구는 영국에 1달 머무는데 이미 오기도전부터 한국에서 5편이나 예약을 해두고 왔다고 한다. 난 일단.. 그 5편을 전부 다 한꺼번에 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제일 보고싶었던 그리고 무난한, 라이온킹을 보기로했다. 외국사이트에서 티켓을 알아보니 가격이 꽤 비쌋는데 한국 사이트에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있어서 나름 싼 가격에 티켓을 좋은자리에 구할 수 있었다. 그 친구 덕분이다.


아무튼 여행이 취소되고 우울한 하루를 보낼 줄 알았는데 취소되자마자 할것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서 뭔가 다시 새로워진 느낌이다. 이번에는 또 설마 극장이 무너져내린다건가, 공연팀이 다친다건가, 다른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지는 않겠지..


희망찬 앞날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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