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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Nov 24. 2022

*한 걸음, 조심스럽게(1)

    - 브런치 그 낯설음을 밀고 들어서며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귀인에게서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얼마 전부터 정성어린 편지까지 받아보게 되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낯선 동네에 들어섰는데도 참 따뜻한 동네인 듯 하여 자꾸 이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몇 날을 드나들며 기웃거리다가 나도 이동네에 작은 방 하나 얻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게 되었다. 가진 것이 변변찮아서 나눌 것도 없지만...  떠나는 가을을 따뜻하게 배웅하는 한 줌 햇살처럼 조용히 한무리로 서 있고 싶었다.

그런데 덜컥 작가신청을 해놓고 승낙을 받고보니 설렘보다 걱정이 앞을 가로 막는다. 무슨 이야기로 인사를 건네야 할지,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망설이느라 사흘을 허비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자고 방을 구한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나는 내게 주는 위로가 필요하고, 누군가와 티나지 않게 섞이면 좋겠다고... 자꾸 다독이며 오늘은 용기를 냈다.

처음 이사왔으니 떡 한 접시 돌려야 마땅하나, 오늘은 마종기 시인의 글 한 접시로 인사를 드린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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