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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r 06. 2024

잃어버린 나, 낯선 나

친구가 되어주세요(140)

*잃어버린 나, 낯선 나



자정도 한참 지난 시간 무엇에 씐 듯 잠자리를 벗어났다. 음소거한 TV 채널을 돌리다가 딱히 볼 것이 없어서 핸드폰을 켰다.

습관적으로 페북을 열어보려는데 동그라미만 한참이나 뱅뱅 돌더니 세션이 종료되었다고  로그인을 하란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일시적인 오류려니 생각해서 뜸을 들였다가 다시 열어도 마찬가지 자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하란다.

페북이가 오랜 친구인 나의 출입을 거부하고 문전박대를 한다.


따로 적어두었던 비번을 찾아서 어찌어찌 출입증을 들이밀었더니 겨우 출입을 허가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오고 보니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활보하던 익숙한 그 거리, 낯익은 내가 아니었다.

몇 시간 전까지의 나는 사라지고 페북을 처음 시작하던 몇 년 전으로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내 집이라는 문패를 단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그동안 일궈놓은 많은 세간살이가 한 점도 없다.  서로 오가며 정을 나누던 많던 친구도 스무 명 남짓밖에 없고... 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밤중에 일어나 잃어버린 나를 찾을 길이 없어 멘붕에 빠져버렸다.


가까스로 '친구'로 뜨는 또 하나의 ''를 발견하고 둘러볼 수는 있어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나 그곳의 나는 내 친구일 뿐 내가 아니다.


카카오스토리에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개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는데.이제는 페북에서도 두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내가 아닌 친구로 존재하는 또 다른 나와 어색하게 만나야 한다.


매일아침 페북에서 자동으로 받아보던 '인산편지'도 정다운 친구들도 아직은 만나볼 수가 없다.

페북의 출입증을 새로 만들어야 할 모양이다.


도대체 나를 누구라고 설명해야 할까? SNS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생존하는 일이 내겐 결코 쉽지가 않다.

세간살이 하나 없이 썰렁하고 옹색한 방에 우선 사진 두 장 바꿔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 서있었다.


그동안 정답게 지냈던 친구님들,

 다시 친구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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