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꽃차를 만들며(149)
*백목련 꽃차를 만들며
전재복
갓 스물
솜털 보송한 풋내를 두른 너
바라만 보아도 좋아서
혼자 설레며 두근거리며
먼발치를 서성이다
보리싹 우부룩한 봄 들판
아지랑이 필 것 같은 내 맘
더는 못 참고
못 참고 손을 내민다
진달래 불질하는 산
먼 산 산비둘기가 울었던가
사방에선 연초록 줄달음 치더라
봉긋한 봉오리마다
꽃몸살 끙끙 앓는 봄날
정갈한 창호지로 자리 깔고
너를 맞아들인다
순결한 목련, 나의 신부여
희디흰 목덜미여
놀란 가슴 다독이라고
함초롬히 내려앉은 너를
하루쯤 바라만 보다가
떨리는 손 끝으로
한 겹 또 한 겹 옷깃을 푼다
아홉 번째 순백의 꽃잎 들춰낸 자리
아, 내밀한 꽃심
그 꽃심 도려내고
뜨거운 시간을 견뎌야만
온전한 합일을 이룬다는
꽃이여 애틋함이여
향기로운 나의 아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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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계절 4월이 열렸다. 3월 중순을 넘기며 달싹거리던 봉오리가 4월의 문 앞에서 더는 못 견디겠다며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4월에 피는 꽃이 어찌 목련 뿐이랴만, 유독 4월을 목련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데는 학창 시절에 불렀던 노래와 그 유명한 '목련화'라는 가곡 덕분일 것이다.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를 부르며 사춘기의 설레는 봄을 보냈고,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를 들으며 가슴앓이를 했던 청춘을 지나오지 않았던가?
Tㆍ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4월은 분명 생명의 계절이고 빛나는 계절이고 희망의 계절이다. '물오름달' 3월에 부지런히 펌프질 한 풀과 나무들이 '잎새달' 4월에 들어서며 앞 다퉈 꽃을 피워내고 잎새를 단다. 세상은 생기로 가득 차고 단조로운 흑백에서 총천연색으로 아름답게 변신한다.
4월을 영어로는 'April'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라틴어의 '열리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초목은 물론 이 세상 만물이 촉을 내밀고 닫혔던 문을 개방하며 들썩이고 나누고 축복하는 계절인 것이다. 가장 정직하게 여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흙과 풀과 나무들인 것 같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몸짓으로 숨결로 쓰는 대자연의 찬란하고 가슴 벅찬 서사의 시작인 것을.
사람 사는 마을에도, 우리들의 마음에도 겹겹이 둘러친 담장을 걷어내고 서로서로 손잡고 끌어주는 봄볕이 들었으면 참 좋겠다. 우리들의 4월이 정말 열리는 달, 희망의 달이 될 수는 없을까?
나는 대답 없는 사람의 마을을 향해 향기나 한 다발 띄워야겠다. 내 뜨락의 백목련으로 꽃차를 만들고 우려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