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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r 31. 2024

*하루에 별꼴을 다 봐요

날궂이 같은 구시렁대기(148)


아침 먹고 앉아서 잠깐 TV채널을 돌리는데 여기도 저기도 시끌시끌 온통 저만 옳다고 무리 지어 떠드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다.

하늘은 꾸무룩하지만 호숫가나 좀 걸어볼까 채비를 하고 나서려는데 바깥이 급 어두워지더니  후두두두~빗방울 소리가 잦은 가락으로 북 치는 소리를 낸다. 간간이 천둥이 울더니 이크! 무러워라~ 번갯불도 번쩍인다.

몇 분만 서둘러 나섰더라면 비에 쫓겨서 들어올 뻔했다.  그러더니 금방 빗방울이 아닌 하얀 알갱이들이 사납게 쏟아진다. 

폰 카메라를 들고 잽싸게 현관밖으로 나갔다. 천둥이 우릉우릉, 번갯불은 번쩍, 쥐눈이 콩보다 큰 우박이 마구 쏟아진다.


별 일이네~ 낼모레가 4월인데 우박이라니! 그나저나 여리디 여린 봄꽃들 다치지 않을까 모르겠다.

산수유 매화는 다 졌지만 개나리 수선화 한창 예쁘게 피고, 백목련 환한 꽃그늘 아래 장미동백(춘백)도 피기 시작하고 벚꽃도 으쌰으쌰! 벙글어지던데... 에구 저 꽃들 봄감기 들라!


몇 가지 안 되는 빨래를 해 널고 뒹굴거리는 사이 요란을 떨던 날씨는 시침을 뚝 떼고 해까지 비친다. 점심 무렵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간 하늘까지 내보인다.


'나 참 기가 막혀서! 사람들이 반쯤 정신 나간 것처럼 노상 악다구니나 쏟아내니까 하늘이 노하셨나?'


변화무쌍한 하루 날씨를 겪으며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보는 듯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매번 천둥번개에 쫓겨 들어오는 나는 분명 지은 죄가 많을 것이다. 꼽자면 손가락 열 개도 부족할 터!!

아무 힘없는 나 같은 시골 아낙도 이럴진대, 수많은 군중을 이끄는 지도자는 누리는 권세만큼 죄업 또한 가볍지 않을 텐데, 저들도 두려움을 느낄까? 느끼겠지? 벼락 맞을까 봐...!


날궂이 같은 쓰잘데기 없는 말을 구시렁댄다. 이건 분명 날씨 때문일게다. 구시렁 구시렁~~~

(3월 30일, 음력으로는 2월 스무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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