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Mar 29. 2024

* 꽃차를 만든다

*백목련 꽃차를 만들다(147)

* 꽃차를 만든다

                                전재복




오늘 손잡고 피어나면

사나흘 대엿새

찰나처럼 놓치게 될 인연

입술 깨물며 생살 떼어낸다



막무가내 벌리고 드러낸

부끄러운 속살

뒤집고 말리고 덖어내

송이 차꽃이  때까지

사지 뒤틀리는 금질도

이 악물고 견디는 것은


나 그대에게

그대 나에

조금만 더, 조금 더 오래

향기로 스며들기 위함이다

영혼으로 하나 되기 위함이다



목련은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라 한다. 우유빛깔로 맑고 깨끗하게 피는 백목련과,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자목련이 있는데 백목련이  먼저 피고  질 무렵 자목련이 피어난다.


우리 집 뜰에는 수령이 20여 년쯤 된 커다란 백목련 나무와 그보다 조금 작은 백목련 두 그루가 있다.  


내가 사는 옥정리는 시내보다 지대가 좀 높고 들판을 건너오는 바람을 막힘없이 받는 곳이어서인지 뜰에 있는 꽃나무들의 개화시기가 늦은 편이다.

우리 집 백목련은 3월 20일이나  지나야 꽃봉오리가 부풀어서 4월 문턱 어느 날, 환희처럼 만개하고는 이내 지고 만다.

기관지와 비염에 좋다고 꽃차를 만들라는 권유는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나는 선뜻 꽃봉오리에 손을 대지 못했다. 길고 긴 추위를 겨울눈인 채 견디다 불과 며칠 짧게 피고 지는 저 꽃송이를 차마 딸 수가 없었다.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기만도 애처로운데...


그러다 올해는 작심을 하고 아래쪽으로 늘어진 가지를 잘랐다.

평소 차를 즐기는 지인 생각에 꽃봉오리를 조금 따다 드렸다. 그리고 내친김에 나도 조금만 따로 마련했다.


가만 두면 자연 속에서 꽃으로 피어날 하얀 목련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없이 되뇌며 눈을 질끈 감았다.



*백목련의 꽃말: 이루지 못한 사랑, 깨끗함, 고귀함

작가의 이전글 *미안하다, 예전엔 몰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