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현재진행형 (170)
어제 날궂이를 제대로 한 모양이다.
품격을 높여서 기우제라고 하자.
오늘 아침 우레를 앞세우고 장대비가 쏟아진다.
총연출 김영철 작가님의 속내야 까만 숯덩이가 되었겠지만, 어쨌든 우려했던 것보다 큰 실수 없이 행사는 잘 마쳤다.
각자 집에서 맡은 부분을 충실히 연습한다고는 했지만, 불과 대여섯 번의 만남으로 시극을 완성해 낸다는 것이 무리인 것은 맞다.
그럼에도 마지막 리허설에서 조차 가슴을 졸이게 했는데 역시! 우리는 실전에 강했다.
어제 7월 6일 군산예술촌 1층 공연장에서 제5회 군산문학대축제 '시극'공연이 있었다.
이번 시극 <6월의 북소리 : 김영철 연출>는 실은 6ㆍ25를 전후해서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추념하자는 뜻으로 무대에 올리기로 했었다.
그러나 다른 행사와의 겹침, 장소 섭외 등 문제가 있어서 7월 초로 넘어온 것이다.
무대는 턱없이 좁고 관람석도 열악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충분하지 못한 조건을 무릅쓰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군산문인협회(회장 문 영)의 <6월의 북소리>,
창작시극단詩動(대표 김성현)의 <진포연가>가 무대에 올려졌다.
나와 선희샘은 변장 수준의 분장으로 일단 얼굴을 가리기로 공모를 했다. 오전부터 미장원을 찾아가서 변장을 시도했는데 완전 다른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시집가는 날 한 번, 아들 결혼하는 날 또 한 번, 이번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무거운 화장을 했다.
내친김에 선희샘과 나는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사진도 찍었다. 잘 나오면 써먹을 곳이 있지 않겠나 싶어서다.
(어느 날 나의 장례식장에서 좀 색다른 영정사진을 보시더라도 놀라지 마시기를! 변장이 잘 되었을 수도 있거든요.ㅎ~)
오후 4시부터 공연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했다.
공연 마치고 저녁식사까지 하고 돌아오니 몸은 노곤노곤, 말도 하기 싫을 만큼 피곤했다.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공연을 하는 도중 우리 은성이와 남편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이쁜 강아지, 꽃다발을 들고 내려와서 함께 단체사진도 찍었다.ㅎ~)
일흔다섯! 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달리고 있다.
언제 우뚝 멈춰 설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