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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Sep 30. 2024

*9월의 마지막 날

뜨거웠다.(182)

뜨거웠다.

학술 토론회라는 것, 석사 박사 학위라곤 쥐뿔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낯설고 별로 구미가 당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약 한 달쯤 전에 우리 문협의 부회장이고 전북학연구회라는 단체의 임원인 영철선생님이 토론에 참여해 달라고 넌지시  주문을 했다.

주로 듣는 일에만 익숙한 귀가  패널이 되어 무대에 앉는다?

부담이 되는 일이었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호기심이 일 듯 해보지 않은 분야에 부딪혀 보자는 은근한 유혹이 스멀거렸다.


대답을 해놓고는 내내 마음이 짓눌렸다.

어떻게 토론 자료를 만들어야 할지...

영철선생님께 SOS를 쳤다. 발제자의 원고와 참고할 만한 교재를 보내줘서 원고를 써 보낼 수 있었다.

인터넷을 뒤적거려 찾기도 했다.


원고를 송부하고 나서도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아 발품을 좀 팔았다, 뙤약볕에 나가 사진을 찍고 짧은 동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뒤적이며 써내는 것보다는 현장감이 있지 않겠나 싶어서다.

다행히 주제가 군산토박이인 내가 접근하기 좋을 만한 것이어서 하루를 기꺼이 투자했다.

전장에 나가는 초보 전사가 배급받은 무기에 비장의 무기 하나를 더 장착하는 기분으로.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연구원 또는 교수님들의 심도 깊은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 차례, 토론자료에 담은 내용은 각자 읽어보라 하고 발로 뛴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도 나는 내 부모님을 슬쩍 팔았다. 

1917년생 아버지와 1919년생 어머니, 그분들은 소설 탁류 속의 이웃이었을 수가 충분히 있으니까.

그리고 채만식선생이 돌아가신 1950년 6월 11일보다 한 달 반정도 먼저 태어난 나는  이곳에서만 칠 십몇 년을 살았으니 나야말로 군산 토박이가 아닌가? 군산 이야기라면 할 말이 많다.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 내가 자라며 걷고 보고 들은 이야기~


하루를 발로 뛴 사진자료를 동영상으로 띄운 건 성공이었다. 청중의 집중력과 끝난 다음에 돌아온 반응, 

예상보다 아주 많이 공감해 줘서 기뻤다.

이렇게 9월의 마지막 날을 뜨겁게 채워 보냈다.


몇 시간 후면 시월이가 온다.

내일부터는 4일(시간여행), 5일(북콘서트, 군산항 밤부두), 12일(차문화 행사) 줄줄이 나래비선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여섯 번째 시집 <시발詩勃>을 세상밖으로 내보낸다.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시발詩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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