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교향악단과 시립예술단이 합동으로 펼친 무대(190)
누가 불구덩이를 긴 쇠막대로 쑤석거렸나 보다. 불티들이 벌겋게 날아올랐다. 불꽃놀이와는 사뭇 다른 불씨들이 어두운 하늘에서 자꾸 내려왔다. 아니 아래에서 위로도 자꾸 날아올랐다.
땅거죽 어딘가 깊은 틈새가 벌어져 불씨들이 솟구쳐 오르는 듯도 했다.
우르릉 우르릉 땅이 울고 번개가 내리 꽂히기도 했다.
검은 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고 숲이 수런수런 움직였다.
허둥대며 쫓기는 거친 숨소리와 발자국, 풀과 나무들을 눕히는 바람소리...
음침한 종소리의 여운도 있었다.
유령들의 축제 같은 가면무도회의 왈츠도 잠깐 보였으나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장엄하고 위압적인 너울성파도가 휘몰아쳐 공연장을 덮어버렸다.
현악기로 그리는 바람의 결과 파도의 기세, 영혼들의 유희,
관악기로 그려내는 비탄에 젖은 절규와 신음,
압권은 지축을 울리며 내닫는 북소리들의 불안한 발자국소리였다.
거기에 어떤 악기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독창으로 합창으로 거대한 음의 기둥을 일으켜 세웠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소름 돋는 무대였다.
오늘 군산시립교향악단과 군산시립예술단(상임지휘자 이명근), 소프라노 이윤지 등이 무대에 올린 뮤지컬과 영화음악들이다.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매료시키고, 환상의 세계로 끌고 들어간 무섭도록 소름 끼친, 너무 멋진 연주회였다.
<오늘 연주된 곡들이다>
*죽음의 무도(영화 '히든아이덴티티')
*가면무도회 모음곡 中 왈츠(영화 '전쟁과 평화')
*오페라 라보엠 中 '뮤제타의 왈츠'(뮤지컬 '렌트')
*마왕(뮤지컬 '죽음과 소녀')
*페리퀸트 모음곡 1번 中 '산속 마왕의 궁전(영화 '트롤')
*'마녀의 밤, 축제의 꿈' (뮤지컬 '환상 교향곡')
*오페라 마술피리 中 '밤의 여왕 아리아'(뮤지컬 '마술피리')
*오페라 탄호이저 中 '순례자의 합창'(영화 '비너스')
*레퀴엠 中 '진노의 날'(영화 '매드맥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음표들이 번쩍번쩍 관을 타고, 팽팽한 현을 몰아, 타악기의 독려를 받으며
대군단을 이루고 쳐들어 온 것 같은 어마무시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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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지 말라 당부했지만, 마지막무대가 끝날 때 모르는 척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일 경찰서에서 출두하라는 연락이 올까 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