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아니한가!(269)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
- 나이 칠십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가는 데로 행해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다. -
평생 예절과 도덕을 중요하게 여기며 공부하고 실천해 온 공자께서, 70세가 되니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도리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 데서 비롯된 말로 10년을 단위로 나이를 지칭할 때 칠십을 줄여서 이르는 말이 종심(從心)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칠십이 되었다고 해서 규범을 어기고 제 멋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다.
살면서 최대한 규범을 지키고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자신을 단속하며 살아왔다면, 인생의 7부 능선에 올라 세상을 관조하며 크게 정도에서 벗어난 삶은 아니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말일 것이다.
내 비록 잘나지도 뛰어나지도 못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제 칠십에 칠을 덧대어 가슴에 안고 보니, 마음가짐에 여유가 생긴다. 이 나이가 참으로 넉넉하고 좋다.
집 안에서건 밖에서건 누구 눈치 볼 일 별로 없고, 조용히 하던 일이나 하면서 자리를 지키면 탈이 없다.
여자로 사는 일, 쉽지 않았다. 여자에게 덧씌워진 멍에가 좀 많았던가? 뉘 집 딸이니까 맏이니까 아내니까 며느리니까 엄마니까 총체적인 여자라는 멍에가 참으로 무겁고 힘든 길이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누가 젊음을 되돌려줄 테니 돌아가 살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손사래를 칠 것이다.
칠십이라는 숫자를 받아 들고 살아보니 지금처럼 마음이 편했을 때가 없었다.
무엇을 욕심내고 기대하지 않으니 크게 아쉬울 것도 없고, 크게 실망할 일도 없어서 좋다.
지나간 일을 곱씹을 필요 없고,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에 거는 기대 또한 없다.
그저 오늘을 즐겁고 무탈하게 살면 족하다. 칠십몇 년을 부려먹은 육신이야 아프고 힘든 날도 많지만, 많이는 아프지 말고 조금씩 병치레도 해가며 오늘만 잘 살면 될 것이다.
가끔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향유하는 일 또한 힘이 닿는 만큼만 어울려 사니 좋다.
지난 주말에는 좋은 사람들과 특별한 자리에서 1박 2일 즐겁게 보내고 왔다.
전주인문학당(대표 이종민교수)에서 주관하고, 군산인문학당(대표 박모니카) 식구 열네 명이 참가하여, 특별한 장소 특별한 체험을 같이 했다.
정갈하고 멋스러운 한옥마을에 짐을 풀고, 전통문화원 강원에 모여 당상관 의관을 갖추고 선비체험을 했다.
(절 하는 법, 바른 몸가짐, 활쏘기 체험 등)
노란색 도포에 갓까지 쓰고 보니 옛 선비라도 된 양 저절로 몸가짐에 무게가 실렸다.
밤에는 김사인시인을 모시고 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영랑시집 한 권을
완독 했다.
다음 날은 경기전과 완산 도서관을 둘러보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 한창 만개한 꽃 속에 한참이나 머물다 왔다.
길이 어긋나서 꽃동산 위에 있다는 녹두관을 보지 못하고 내려와 아쉬웠다.
1박 2일 동안 세 번의 식사 또한 맛집을 찾아 맛있게 잘 먹었다.
분승하여 돌아오는 길, 전주의 김영자 선생님이 쌍화차를 대접해 주셔서 따뜻하게 잘 마시고 왔다.
이만하면 날마나 새로 맞이하는 오늘을 잘 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