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앱(이하 알리)을 본격적으로 쓴 것은 1년이 좀 넘었다. 알리바바그룹에서 한국진출에 사활을 건다는 소식과 한국인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했다. 공산품을 중국에서 떼와서 마진을 붙여 파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같은 제품을 쿠팡이나 11번가와 같은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2배 이상 비싸게 파는 것을 보고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단점은 배송이 느리다는 점 하나였다. 보통 임박해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당장 급하면 동네 다이소에 가면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에 충분히 감안가능한 단점이었다. 오히려 잊고 있으면 열흘쯤 지나서 배송되니 선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산, 다이어리, 농구공, 외장 ssd디스크, 운동복, 러닝화 등 수많은 공산품을 구매했고 가격과 품질에 만족했다. 중국쇼핑몰에 대한 신뢰가 생기자 다른 플랫폼도 살펴보게 되었다. 테무 temu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광고가 나왔다. 주변에 아는 분도 고양이사료 등 몇몇 소비재를 사는데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해서 앱을 깔아보았다. 가입하면 광고대로 무료로 제품 하나를 주는데 다른 제품 3개를 사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첫인상부터 할인을 미끼로 고객을 농락하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검색을 계속하고 있으면 아까의 제품이 더 싼 가격으로 나와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품 검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은 판매자들이 입점하는 형식인 다른 쇼핑몰들도 가진 특성이니 넘어갈 수 있었다. 쇼핑몰의 존속을 위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품질인데 여기에서 테무는 좀 부족했다. 제품소개에 사양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사진으로는 훨씬 커 보이게 올려놓아 실망하게 하는가 하면 옷을 샀더니 물이 빠지고 내구도가 약한 조잡한 물건이 오기도 했다. 게다가 앱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행사니 무료 쿠폰이니 알림이 떠서 스트레스를 주었다. 알림을 OFF 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유로 국내 쇼핑앱과 다른 중국 쇼핑앱은 쓰지 않고 오직 알리만 쓰며 알뜰 소비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광군제 할인 기간이 왔다. 소위 솔로데이라는 11월 11일을 기념하는 게 골자인 만큼 청년층이 자주 찾는 전자제품의 할인률이 컸다. 달리기 기록을 남길 용도로 평소에 봐둔 액션캠을 살 좋은 기회였다.
평소 눈여겨보던 이 브랜드는 알리에서 별도로 할인을 하지 않았다. 이곳저곳의 쇼핑몰을 뒤졌다. 가장 많이 할인하는 곳은 이벤트를 하고 있던 공식몰이었다. 캠을 구매했더니 이튿날 제품이 왔다. 평소 알리를 쓰다 보니 이렇게 빠른 배송이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다. 캠을 개봉하여 촬영을 하려니 저장공간이 따로 없어 찍히지가 않았다. 별도로 sd카드가 있어야 촬영이 가능한 점을 놓친 것이었다. 또다시 알리를 켰다. 할인가로 512gb 용량의 sd카드가 1만 원대에 떠있었다. 속도와 용량, 제조사를 확인하고 결제를 했다.
sd카드는 일주일 뒤에 배송되었다. 당장 촬영할 것이 아니라서 큰 불편은 없었지만 빠른 배송의 맛을 보고 나서라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캠에 sd카드를 넣고 촬영을 하는데 카드의 속도가 느리다는 경고가 자꾸 떴다. 영상은 10초 정도 촬영하면 자동으로 종료되었다.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았는데 경고는 여전히 떴다. 이건 분명히 sd카드의 문제였다. 업자가 스티커는 정상적인 사양이라고 붙여뒀지만 카드의 성능은 한참 후진 것을 보낸 것이었다. 몇만 원짜리 sd카드를 1만 원 대에 구매할 때부터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몇몇 Q&A에서 알리에서 산 sd카드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는 대답들이 적혀있었는데 이제야 눈에 보였다. 국내 쇼핑앱을 열어 같은 사양의 다른 회사 sd카드를 몇만 원 더 주고 구매했다. 역시 다음날 발송된 sd카드는 오류와 경고 없이 녹화가 잘 되었다.
'세상에는 값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말마따나 값싸고 쓸만한 것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값싸고 쓸만한 것을 찾아서 사는 것이 내게는 게임이나 마찬가지라서 알리는 계속해서 쓸 것 같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어떤 물건은 이쪽 쇼핑앱에서 사고 어떤 물건은 저쪽 쇼핑앱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해되었다. 또한, 관세 부과 범위인 150달러를 초과하는 제품과 컴퓨터 메모리 관련 제품은 알리에서 사지 않고 국내 쇼핑앱이나 공식몰을 통해 산다는 원칙이 생겼다.
평생을 실패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사람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