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잔치 부모공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할 일이 생긴다. 첫째 때도 어린이집의 요청으로 코로나 방재를 해봤고, 부모교육으로 평일 낮에 공원에 나가서 다른 부모님들과 레크리에이션을 하였고, 졸업식 때는 축사를 맡기도 했다. 둘째 어린이집은 첫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비해 2배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이라 역시나 행사가 더 많았다. 이제 보낸 지 1년이 되었지만 부모교육도 2번을 참여하였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서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는 주제로 인터뷰 촬영을 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하원한 둘째의 가방 속에 '별들의 잔치' 부모공연 신청서가 들어있었다. 별들의 잔치는 아이들의 학예회를 뜻하는 말이었다. 공연 중간에 부모들의 공연도 한 꼭지가 있었는데 그 신청서였다. 어머니들의 경우 매주 월요일 오전에, 아버지들의 경우 매주 화요일 저녁에 공연연습이 있었다. 아내는 일을 하고 있으니 평일 오전시간을 뺄 수 없었고 나는 시간은 되지만 굳이 저녁시간에 가서 연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참여의사 '없음'에 체크를 하고 다음날 아이 가방에 신청서를 넣어 보냈다.
그날 저녁에 아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부모참여율이 저조해서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꼭 참여를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잠깐의 논의 끝에 시간이 있는 내가 참여하기로 하였다. 단, 연습하는 첫날은 서울 출장이라서 그날은 못 간다고 얘기를 해뒀다. 선생님은 연신 감사하다며 문자를 마무리했다.
2주가 지난 화요일이었다. 그 전주에 첫 연습은 빠졌으니 오늘 저녁에 있을 두 번째 연습은 잘 챙겨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돌아가는데 원장선생님이 불렀다.
"아버님, 부모공연 연습을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할 건데 시간 되시죠?"
"저는 화요일에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 공연에 아버님들의 신청이 저조해서 어머님들과 같이 연습하기로 했어요."
"아 그렇군요. 그럼 오늘은 연습이 없고 다음 주 월요일 10시에 원으로 오면 되는 거네요. 뭐 준비할 건 없을까요?"
"우쿠렐레 연주를 할 건데 악기는 원에서 연습기간 동안 대여해 드리니까 몸만 오시면 됩니다."
그다음 주 월요일,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연습에 참여하였다. 아빠참여자는 나를 포함해서도 2명이었고 엄마참여자는 9명 정도 되었다. 먼저 와 있던 아빠는 그 전주에도 참여를 하였는지 능숙하게 악기를 조율하고 나에게도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께 우쿠렐레를 받고 뭘 할지 모르고 있다가 옆에서 알려주는 데로 준비를 했다. 전에 기타를 치던 경험 덕에 코드 잡는 법은 금방 보고 따라 할 수 있었다. C, F, Am 단 3가지 코드를 배우고 '너의 의미'라는 노래를 쳤다. G코드도 있었는데 잡기 까다로워서 선생님이 오늘은 하지 않고 잡는 방법만 알려드릴 테니 집에서 연습하고 오시라고 했다. 우쿠렐레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오늘 배운 것을 연주해 보라고 했다. 간단히 조율하고 코드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아내는 나중에 자신도 가르쳐 달라며 칭찬을 해주었다.
두 번째 수업 때는 한 주간 연습해 온 G코드를 넣어서 '아로하' 노래를 배웠다. 휴대폰에 선생님이 보내준 악보파일을 띄워두고 치니까 크게 어렵지 않았다. 쉼표에서 연주를 멈추고 8분 음표에서 빠르게 기타 줄을 튕겨주는 것 정도만 주의하면 되었다.
세 번째 수업에는 요즘 유행가인 '굿굿바이'를 배웠다. 오늘은 아빠참여자는 나밖에 없었지만 이제 수많은 엄마들과 합주를 해도 뻘쭘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생전 처음 듣는 화사의 굿굿바이 노래도 몇 번 들으니 익숙해졌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요즘 유행한다는 이런 음악을 언제 접해보겠냐는 생각도 들었고 우쿨렐레 연주도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네 번째 수업에는 아빠가 한 명 더 늘었다. 처음 공연연습에 참여한 그는 자기 우쿠렐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동안 배운 것과 유의점에 대해 얘기하면 바로 습득하였다. 수업곡은 지난주 카톡 단체방에서 투표에 붙여서 앙코르곡으로 선정된 '붉은 노을'이었다. 이번 목요일이 행사기 때문에 제대로 연습해둬야 했다. 우리의 합은 제법 들어줄 수준으로 잘 맞았고 새로 온 아빠도 수업이 끝날 때에는 그동안 3주를 연습했던 우리와 연주실력에 차이가 없었다.
드디어 별들의 잔치가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에선 오후 1시부터 공연장으로 이동해서 아이들에게 공연복을 입히고 리허설을 마쳤다. 우리 부모들도 공연 시작 1시간 전인 4시에 모여서 리허설을 하였다. 그날 공연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 급조로 '굿굿바이' 춤을 앞에 나가서 추기로 했다. 이에 한 아빠와 한 엄마가 급히 선정되어 합을 맞추었다. 또한 엄마들이 뒤에서 연주하고 앞에 앉은 아빠 세명은 '붉은 노을'을 부르면서 클라이맥스 전에 한 명씩 일어서서 독백노래를 부르다가 세명의 노래가 끝나면 다 같이 일어나서 후렴을 부르기로 했다.
악보만 믿고 걱정 없이 공연에 참여했는데 갑자기 정한 것들 때문에 일어서서 노래 부르는 파트부터는 악보를 안 보고 우쿠렐레를 쳐야 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주중에 시간을 내어 악보를 외우는 것이었는데 너무 방심을 했다. 선생님은 코드가 기억이 안 나면 C코드만 잡고 치시면 된다고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리허설을 마치고는 관람석에 앉아서 아이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 악기연주를 보았다. 실수하는 모습도, 공연 중에 엄마를 찾는 3살 막내반 녀석들도 귀여웠다. 확실히 졸업반 아이들은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동작에서 연습을 많이 한 티가 났다. 우리 아이가 속해있는 4살 반 아이들 공연도 절반은 노래가 나오면 율동하고 몇 명은 가만히 서있고 한두 명은 겁먹어서 우는 등 정신이 없었지만 마냥 대견하기만 했다.
공연 준비할 시간이 되어 밖에 나갔더니 우쿨렐레 선생님 주변에 연주할 부모들이 모여있었다. 단체사진을 찍고 무대뒤로 이동하여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어서 들어갔다. 예상보다 우리를 비추는 조명이 밝아서 관객석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연주를 하는데 부끄럽거나 긴장되는 것이 없었다. '아로하', '굿굿바이' 무대가 순조롭게 끝나고 앙코르곡인 '붉은 노을'이 나왔다. 1절을 잘 마치고 2절 독백파트에서 아빠들이 차례로 일어서며 노래를 불렀다. 염려했던 관객을 보면서 코드 잡는 것은 아까 몇 번의 연습으로 무난하게 되었다. 무대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지난 한 달간 대여했던 우쿠렐레를 반납하고 선생님과 그동안 함께 했던 아빠, 엄마 연주자들과 인사하고 헤어졌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공연을 지켜보았다. 3세 반 아이들부터 차례로 준비될 때마다 해당 학년의 부모들에게 언질을 주었다. 4세 반 아이들 하원 준비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우리 가족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에 나오니 아이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칭찬해 주고 저녁을 먹으러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이번 공연은 규모도 컸고 어린이집에서 신경도 많이 쓴 것이 눈에 보였다. 우리 부모공연뿐 아니라 각 반 아이들의 공연까지 꼼꼼히 챙긴 원장선생님을 비롯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덕분에 아이들도 무대 경험을 쌓았고 나도 우쿨렐레 연주를 배우고 요즘 유행하는 노래도 알게 되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석하겠는가 하면 'YES'이다. 사람은 가만히 있기보다 움직여야 뭐든 배우는 게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