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는 사과농사를 지으신다. 아버지가 퇴직하시고 몇 년 후 짓기 시작하셨는데 10년도 더 넘었다. 그 때문에 내가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취업을 하고 이직을 할 때 평소처럼 아버지 직업란에 회사원을 쓰다가 농부라고 고쳐적으며 어색하기도 했었다.
부모님의 사과밭의 면적은 1천 평이 조금 안되고 나무는 220그루 정도인데 두 분이 하시기에 적당하다. 그래도 봄철에 사과 열매가 방울처럼 열릴 때 하나를 놔두고 나머지를 잘라내는 열매 솎는 작업과 가을철에 사과의 붉은 색깔을 내기 위해 햇볕을 가리는 잎사귀를 솎아내는 작업을 할 때 정도는 여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때는 동생과 내가 하루나 이틀정도 시간을 내어 도와드린다.
그렇게 이틀을 도와드리고 나면 허리, 어깨, 목이 뻐근하여 며칠은 있어야 회복된다. 이런 노동을 부모님은 업으로 하고 계신다. 늘 죄송한 마음이다.
두 분의 쉴 새 없는 보살핌으로 잘 영근 사과는 11월이 되면 수확을 하게 되는데 보통은 그해 사과밭의 사과를 통째로 계약을 맺은 상인들이 인부를 고용해 따간다. 그간 정성 들여 재배한 사과를 헐값에 넘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부모님이 일일이 따서 개인적으로 팔기에는 인프라도 노동력도 부족하다.
부모님은 그렇게 따가고 일부 남은 사과들을 집으로 가져오신다. 우리 식구와 동생식구에게 사과가 한 박스씩 배분된다. 이 사과는 사과를 즐겨 먹지 않는 내게 거의 유일하게 거부감 없이 깎아먹는 사과이다. 시중에서 사 먹는 사과들은 시거나 텁텁한 것들이 많은데 부모님 사과는 주먹보다 큰 데다 아삭아삭하면서 엄청나게 달다.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처가식구들도 좋아한다.
가져온 사과는 냉장고에 뒀다가 꺼내 먹는데 추석 선물로 받은 사과나 비슷한 철에 들어오는 과일들을 먹다 보면 한참을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힘들게 재배한 사과가 몇 개월씩 냉장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고생해서 수확한 과일을 방치하는 것이라 불효하는 기분이 든다.
얼마 전에 몇 달 전 수확해 보관해 두었던 사과를 주셔서 받아왔다.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과일칸을 비울 필요가 있었다. 기존에 과일칸을 채우고 있던 방치된 사과를 모두 쨈으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식빵을 좋아하는 첫째 때문에 과일잼이 항상 필요한데 이번에는 잼을 사지 말고 남은 사과로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사과잼은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사과와 설탕, 레몬즙 2스푼이면 만들 수 있다. 계핏가루도 넣으면 좋다지만 그건 이번에는 빼기로 했다.
먼저 사과 껍질과 속을 제거하고 과육을 잘게 썰었다. 큰 냄비에 썰어놓은 것을 담고 과육 1.5:설탕 1 비율의 넣었다. 사과가 달지 않으면 1:1로 넣겠지만 우리 사과는 엄청 달기 때문에 비율을 조절한 것이다.
사과를 젤리화 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레몬은 따로 사기 그래서 너무 시어서 안 먹고 냉장실에 모셔놓고 있는 노니 주스 30ml를 한팩 까서 넣었다.
뚜껑을 덮고 약불에 졸이면서 간간이 누르거나 타지 않도록 저어주었다. 25분 정도 졸여주니 사과잼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만든 사과잼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맛있었다. 직접 만든 잼은 방부제가 없으니 어제까지 먹던 마트표 딸기잼을 잠시 봉해두기로 했다. 집에 남아있는 식빵에 사과잼을 올리고 베이컨 몇 개를 구워 올리니 단짠 토스트가 되었다. 우리 식구와 처가식구들이 맛있게 먹었다.
우리 부모님은 사과잼을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쨈을 만들 때는 보통 흠이 있는 과일을 쓰는데 1년 내내 신경 써서 재배한 양질의 사과가 그렇게 쓰이면 나라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사과잼을 만들면서 앞으로는 사과를 받아와서 방치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침사과는 금사과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 후에 좋아하는 사과를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도록 깎아줄 것이다.
가끔 어지러워하시는 칠순을 넘기신 아버지와 허리와 어깨 통증이 있는 어머니께서 언제까지 사과를 재배하실지는 모르겠다. 자식 입장에서는 맛난 사과를 먹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면서 농사짓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부모님 사과는 더 이상 맛보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남는 사과로 사과잼을 만들어 먹는 지금의 호사가 그리워질 것이다.
사과 수확이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오셔서 우리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사과 가져가세요"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