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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1. 2022

2022년 현재 직무분석은 필요할까?

3년 정도 전에 외부에서 HR관련 과정에 마스터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과정에 참여한 한 분이 과정 종료 후 질문을 하나 주셨어요.

"대표님이 직무분석을 하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다시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직무분석을 하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와 관련하여 제 경험을 하나 소개드리려 합니다. 직무분석 프로세스를 직접 운영을 해본건 2015년이었던 듯합니다. 사실 당시 직무분석을 하고자 했을 때 마주했던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당시 저 역시 직무분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이론적으로는 배웠어도 직접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무엇보다 구성원분들의 직무분석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정적이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했던 SME분들은 제가 설명하는 직무분석에 대해 제가 하는 이야기는 일종의 포장일 뿐 실제로 회사가 직무분석을 하는 이유는 구조조정이 목적이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직무분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생각해보면 이는 시대적인, 달리 표현하면 HR 담당자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IMF로 인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시기에 직무분석은 구조조정을 위한 근거를 만드는 목적이라 할 수 있고, 수년 전에 제가 직무정보도출이라 표현하며 했던 직무분석은 R&A에 대한 구성원의 니즈와 경영진이 가지고 있던 R&A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IT기업에서 직무분석을 했을 땐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직무역량을 도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지요.

직무분석이란 기본적으로 목적이 아닌 방법론임을 생각해본다면 직무분석이라는 절차에 따라 목적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직무분석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2022년 오늘날, 직무분석은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YES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예시와 같은 IMF나 R&A와 같은 현상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우리가 관리하고자 하는 보다 본질적인 대상으로서 일을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관리하려면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겠죠.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에 HR은 일을 관리하기 위해 그 일을 하는 사람을 관리하려 노력했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사람의 행동을 관리하려 노력했습니다.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가지가 있지요. 행동은 보이는 것의 대표적인 형태이고 심리 등은 보이지 않는 것의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중 보이는 것으로서 행동만 주로 이야기를 했지요.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움직이는 파도만 보았을 뿐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보질 못했다.

영화 관상의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우리가 관리하고자 하는 건 일이고 그 일을 통해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인데 우리는 일과 성과 대신 사람의 행동을 관리하려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사람의 심리를 무시하고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치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우리들은 사람을, 정확히는 사람의 반쪽만을 보고 보다 본질적인 요소로서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늘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을 관리하려면 우리는 그 대상으로서 일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느 분은 '나는 일을 잘 알아'라고 말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일을 안다'는 말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제가 만났던 어느 팀장님은 부임 첫날 저를 포함한 팀원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인사팀장을 해봐서 인사를 잘 알아"

그리고 그다음 주 첫 주간 미팅에서 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다가 질문을 하셨지요

"그런데 파견직이 뭐지?"

저를 테스트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정말 모르신 상태였고, 당시 근로계약과 도급, 파견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알아'라는 표현에는 "내가 2년 정도 인사팀장을 해봤어"를 근거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을 안다'에 대하여 정말 아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를 본 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이 일을 왜 하는가? 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2. 1번의 질문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1번의 질문을 다른 단어로 '방향성'이라 말합니다. 방향성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단어입니다. 이는 우리가 해왔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Kurt Lewin의 해빙-이동-재동결의 변화 단계에 있어 재동결된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더하면 그 재동결된 상태가 단기적 미래의 상태가 아니라 먼 미래의, 그래서 다소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2번의 질문을 다른 단어로 '방법론'이라 말합니다. 방법론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합니다. 우선 방법론에서 우리는 우리가 했던 경험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항상 같지는 않기에 방법론은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되 현재의 상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현재 상황과 과거 경험을 고려하여 적합한 방법론을 검토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론은 우리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미래의 산출물 내지 바라는 상태를 만드는데 적합한 방법론이어야 합니다. 적정 인력을 도출하고자 하는 직무분석 방법 론과 직무역량사전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방법론은 다를 겁니다. 아울러 그 산출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까지가 방법론에 포함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고려하는 도구로서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2022년 오늘날 그리고 미래에 직무분석은 필요합니다. 직무분석을 통해 기술서나 명세서를 만들고 "이런 멋진 걸 내가 만들었어"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위에서 살펴본 1번과 2번,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관리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직무분석을 왜 하는가? 에 대해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입니다.


직무분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득 조금 오래전에 제 글에 달린 덧글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덧글을 찾아 잠시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용석 저자님이나, 그 선대인 최동석 박사님의 발자국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대체로 성과책임을 Result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두 분들이 말씀하실 때는 주로 output이나, 좀 더 정확하게는 Throughput으로 표현하십니다. 단순히 일의 진행 절차에서 끝점에 있는 프로세스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Accountability는 Accountable, 즉 동등한 계약자적 관계에서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과정(그 과정을 위에서는 "직무성과"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그 과정을 "성과"로 얘기하는 것도 모순이 있습니다.)은 하시든지, 마시든지, 어떻게 하시든지,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성과를 규명하며 이의 정의와, 그 과정과, 서양의 직무, 고객 등을 폭넓게 논한 피터 드러커의 사상과 메커니즘의 궤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가볍게 보면 가볍게도 보여지지만 한번 파보면 상당한 체계와 깊이를 가지는 부분이지요. 따라서 이에 대한 해석도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부족해서이겠지만 솔직히 이 덧글에 다시 덧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지 제가 이해가 잘 안됬었습니다. 다만 지금 보면서 한 가지 든 생각은 제가 글을 쓰며 '직무분석'이나 '직무성과' 등의 단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가볍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신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저는 굳이 표현하자면 주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느끼고 좋지 않은 머리로 조금이나마 공부를 해보려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들은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그런 류의 글들이 아닙니다. 나름 HR을 좋아하고 그래서 HR이 좀 더 나은 일이 될 수 있길 바라고, HR이 더 나은 일이 되도록 현장에서 미미하게나마 노력하고 고민하는 실무자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단어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그 의미를 에 방식대로 재해석 해보려 노력합니다. 이용석 저자님이나 최동석 교수님의 방향성에 나름 공감하지만 주어진 대로보다는 만들어가는 게 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글에서 사용해온 단어들이 기존의 개념들과 다를 수는  있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결코 가볍게 사용해온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건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 글에서 이야기드리는 것처럼 실무자로서 17년을 일을 하면서 생각하고 배우고 기록을 해왔지만 여전히 어디가서 제가 하는 말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 하나는 지나온 시간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장황한 글을 남기는 건 본 글이 직무분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기존에 직무분석을 해봤다거나 자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편해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프로세스와 기존의 개념을 무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일종의 3rd party에서 남기는 기록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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