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9
인사평가업무를 하면서 상급자로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인사평가를 해서 긍정 51% 부정 49%만 되면 잘한 거다라는 말입니다. 그만큼 인사평가 자체가 구성원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말이겠지요. 솔직히 저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제도적인 한계라면 제도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기존의 방식으로 하고 있었고, 51%를 52% 혹은 그 이상으로 올리려는 별다른 노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51:49라는 단어는 적어도 제 자신에게는 현재의 인사평가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인사평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합니다. 그래서 인사평가는 본래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공정성은 어떨까요? '공평하고 올바른' 기준은 무엇이고 그것의 판단은 누가 하는 걸까요? AI에게 맡기면 공정할까요? 하지만 그 AI가 학습한 data에 선입견이 들어 있다면요? 인사평가의 객관성, 공정성 이슈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평가에서 평가자인 사람이 제외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AI 역시 기존의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한다면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인사평가에 늘 사람이 있다는 건 사람이 가진 한계가 인사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며, 이를 우리는 평가자 오류라고 불러왔습니다. 이들 평가자 오류는 사실 인사평가를 함에 있어서 평가자가 갖게 되는 불안, 불편함을 직면하는 대신 쉽게 회피하려는 심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인사평가라는 일 자체가 아니라 평가자 자신의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그렇다고 마냥 평가자를 비판할 수도 없습니다. 평가자도 사람이니까요. 비판하는 평가를 받는 이 역시 평가자가 되면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쌩까는 게 제일 쉬워"
어제였나요. 모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불편함을 모른 척하는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모른 척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일 겁니다.
인사평가 이야기를 할 때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는 '인사평가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여러 답들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인사평가를 하는 건 인사평가라는 절차가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제도를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운영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기업의 성과'는 '일'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구성원이 '일'을 하고 그 '일의 결과'가 모여 기업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고객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인사평가를 할 때 그 평가의 대상은 일이 되어야 합니다.
인사평가를 할 때 우리는 종종 그 평가 대상을 구성원 개인, 즉 사람을 두곤 합니다.
"올해는 부족했지만 다음 해는 더 잘 하자"
와 같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있으시다면 이건 인사평가의 대상을 '사람'으로 두고 있음을 전제합니다.
"이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까?"
라는 질문은 그 평가의 대상을 동료, 즉 '사람'을 두고 있지만
"이 동료의 전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은 그 평가의 대상을 동료, 즉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을 기준으로 하는 특성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평가 대상으로서 일은 일의 결과와 일의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성과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요소입니다. 인사평가를 고민함에 있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일의 결과와 일의 과정이라는 두 요소를 어떻게 관리하는가로 귀결됩니다. 이는 자연스레 일의 결과와 일의 과정에 대한 data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영역으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인사평가에 있어 우리는 일의 결과와 일의 과정에 대한 data를 만드는 것과 별개로 그 data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할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 data는 그냥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겁니다.
여기서 흥미롭게 보아야 하는 건 이 평가 판단에 대한 고민은 역으로 우리가 어떤 data를 수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는 점일 겁니다. 간혹 이 질문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주단위로 업무를 뭐 하는지 보자는 식의 주간업무를 작성하는 모습들을 보곤 합니다. 이 경우 상당수는 적어도 구성원 관점에서는 불필요한, 가외적인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이렇게 데이터를 주단위로 누적하여 기록했다 하더라도 연말 등 판단의 시점에 1년이면 52주의 기록들을 다 읽어본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data의 수집에서도 우리 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data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수집 대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들 data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방식의 data와 판단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HR은 이렇게 수집해야 할 data를 정의하고 그 data를 수집할 방식, 절차를 제도화하고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전 글들에서 제시한 PARS를 통해 수집하고자 하는 데이터는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기준으로 수집할 data를 다루고 있습니다. 만일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다르게 설정한다면 이들 수집 대상으로서 data는 달라져야 하고 그 평가 판단의 방식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 대상으로 일을 두면서 개인적으로 강조하는 건 '리더의 역할'입니다. 특히 현장의 기능리더(ex> 기능 조직에서 팀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들은 일의 결과와 과정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구성원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기능 리더가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기능, 즉 직무에 대해서만큼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말합니다. 또한 기능 리더는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 직무가 조직의 성과와 연결되는 지점을 이해하고 기능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 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인사평가라는 개인 수준에서의 제도가 부서 혹은 기업 수준의 목표와 연결성을 갖출 수 있게 합니다.
HR을 하면서 리더,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유이고
구성원들보다 리더분들에게 더 많은 요청, 개선, 보완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리더는 중요한 존재니까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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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사평가를 오랫동안 해오면서도 우리가 쉽게 이를 바꾸지 못했던 건 인사평가를 보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보상이라는 영역이 가지는 강력한 메시지 역시 우리가 보상을, 그리고 보상의 도구로서 인사평가에 대한 변화관리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이야기드린 일에 대한 수집 대상으로서 data와 판단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우리는 기존과 다르지만 유사한 형태의 보상체계를 갖출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PARS가 제안하는 인사평가와 보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