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X HR] 에필로그

[픽션 X HR] 그 첫 번 째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by Opellie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조금은 다른 모습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경영진, 인사팀, 구성원분들이 제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신규입사자분들을 위해 OJT에 한 꼭지를 추가하여 '일 하는 방법론으로서 PARS'를 설명하기 시작했고, 연말 YEP에서 '올해의 Unsung hero'라는 타이틀로 다른 동료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은 구성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세션을 만들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개선할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교육 등 필요한 지원을 요청했고 이로서 교육이 회사가 구성원에게 강제하는 교육이 아니라 구성원 입장에서 필요성을 느끼는 교육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대화를 함으로써 대화에서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특정 시점에 의존한 평가가 아닌 평가기간 전체를 통해 도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를 할 수 있었다. 노무관점에서는 사람이 아닌 일을 기준으로 대화를 함으로써 자존감, 가스라이팅과 같은 영역들에서의 크고 작은 이슈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OKR 개편을 하기 전과 개편과 운영을 한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 우리 기업이 무엇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구성원분들의 머릿속에 성장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구체적인 단어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거에는 '글쎄요'와 같이 다소 애매한 단어들이 등장했다면 지금은 '성장'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이라는 단어 자체는 추상적이지만 그 단어를 사용하는 구성원들에게는 구체적이다. 그들이 실제 일 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사라는 일을 하며 늘 내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회사의 모습을 그려왔다. 그래서 늘 인사제도는 그 제도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라고 말을 해왔다. 이는 기업, 경영자, 인사와 구성원, 리더들 모두가 서로 다르지만 같은 방향성을 향하고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한 번 만들어진 상태는 일종의 관성을 갖게 된다. 그 관성이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게 하는 데 있어 인사제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인사제도는 그 상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이다.


"대표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사팀장이 아닌 구성원으로 입사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경력도 나이도 더 많으신데 괜찮으실까요"


"그게 저도 편합니다"


대표님과 대화를 하며 입사를 하기로 할 때 이런 대화를 했다. 인사팀장이 아닌 팀원으로 입사를 한 건 나 역시 한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지금은 내가 그리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들이 기업 입장에서 분명 도움이 되지만 내가 그리는 제도들 역시 정답이 아닌 수많은 답들 중 하나이다. 이는 새로운 생각들에 더해져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변화관리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변화관리는 새로운 생각을 필요로 한다. 내가 해왔고 내가 익숙하고 편한 걸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건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나는 다시 새로운 일을 만들어야 한다.

A Playful Epilogue.png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을 꿈꾸며

어떤 이는 우리들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준다.

가장 단기적이고 확실하며 이익이 되는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잡아다 주는 물고기만 먹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누군가에게 계속 의존해야만 한다.


어떤 이는 우리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조금 어렵지만 일단 방법을 알게 되면 우리가 직접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그 방법론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면 우리는 물고기를 잡을 수는 있지만 다양한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우리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어렵고도 어쩌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배운 물고기 잡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개선해 가면서 기존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물고기를 더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다.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나름의 그 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도구, 방법론을 생각하고 제도로 구체화할 수 있는 우리들을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은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넘어 인사를 사랑하는 다른 이들이 스스로 나름의 방법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이다.


인사팀에 팀장이 아닌 팀원으로 합류를 했다. 입사 초기 잠시 팀장님은 나를 오해하기도 했고, 조금은 많다 싶을 정도로 말을 많이 하기도 했다. 만일 내가 물고기를 잡아다 주려 했다면 양식과 절차 등을 문서로 만들어서 전달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지나온 시간 내가 보았던 억 단위의 어느 컨설팅 보고서처럼.


만일 내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다면 소위 teaching을 하면 된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거라고. 다르게 하면 안 된다고. 그냥 이렇게 하라고.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향해서 제도의 양식과 절차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우리가 학창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웠던 그 모습처럼.


나는 물고기를 잡아다 주거나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우리 기업의 인사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고자 노력했다. 내가 했던 경험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사가 있다는 건 굳이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인사를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걸 말한다.


사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결정적이었던 건 인사팀장님이었다. 10년 정도의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무언가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경험만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인사라는 일에 진심을 가지고 있었다. 진심으로 인사라는 일이 좀 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녀의 진심이 없다면 내가 해왔던 일련의 과정들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냥 'Rey가 알아서 하세요'라고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질문과 생각을 하고 직접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입증해 나갔다.


내가 홀가분하게 자리를 내려놓고 나가는 데에는 무엇보다 그녀가 가진 인사에 대한 진심이 중요했다. 이제는 그녀가 스스로 인사라는 일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Rey, 대표님이 잠시 보자시는데요"


Jay의 이야기를 듣고 회의실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일단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만나서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말을 드렸었는데 지금은 그 절반의 확신을 믿고 다른 절반을 이겨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매번 시스템, 시스템 말만 해왔는데 이런 게 시스템이구나 라는 걸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좋게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부싯돌 이야기인데요. 처음 돌과 돌을 부딪혀 불씨를 틔우려면 불쏘시개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들이 불씨를 살려내면 자연스레 장작 등으로 불이 옮겨 붙을 겁니다. 저는 불씨를 틔우는 역할만 했지만 지금 인사팀장님 포함 인사팀이 그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해주지 않으셨다면 불씨는 의미가 없었을 겁니다. 지금은 구성원분들까지 불이 붙어 있으니 이제 그 타오르는 불이 꺼지지 않게 관리만 잘해주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회사 인사분야에 대해 일종의 자문을 앞으로 당분간 해주시면 어떨까요?"


"저에겐 감사한 제안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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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llie의 소감

인사라는 일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글로 기록하면서 때로는 물고기를, 때로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때로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작성하는 과정은 저에게는 일종의 정답 찾기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건 '현장감'이었던 듯 합니다. 인사라는 일이 말이나 글이 아닌 현장에서 작동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죠. 픽션이라는 기존의 글들과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인사에 관한 글을 시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오고가는 모든 대화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대화를 함에 있어 적용할 점들을 조금은 쉽게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입니다.


인사를 보다 많은 분들이 알고 많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게 인사라는 일과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라 믿습니다. 17년 넘는 시간 인사를 하면서 일관되게 느끼는 건 인사가 기업과 구성원의 성장에 중요한 key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관리나 통제부서가 아니라 성장을 관리하는 일로서 인사를 이야기합니다.


픽션 XHR」의 형식으로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은 인사의 다양한 영역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처음 이렇게 형식을 바꾸기로 생각했을 때 사실 기존의 글투와는 다른 형식이라 걱정도 했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마무리를 했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물론 부족함이 있음은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글들에서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기대와 다짐을 합니다.


「픽션 XHR」그 첫 번 째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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