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재무팀 과장님과 차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 팀, 동료, 업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인사팀장님은 시대를 잘 만난 것 같아요"
"네?"
다소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보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어느 인사팀장이 술도 안 먹고 이렇게 차 마시면서 인사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예전 같았으면 인사팀장하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제야 나는 그가 건넨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기업에 오기 전 어느 건설회사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의 경험 속 인사팀장은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시간 나도 어느 건설회사의 인사담당자 포지션에 지원을 한 적이 있었다. 면접장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질문은 이랬다
"주량이 얼마나 돼요?"
술을 즐기지 않으며 먹게 되면 소주 3잔 반, 그러니까 소주 반 병이라는 대답을 건넸고 이후 면접은 아주 형식적이고 스피디하게 진행되었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나에게 생각보다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대리-과장시절 우리 팀장님은 나에게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하고, 당구도 안치면 무슨 재미로 사냐?"
는 말을 건네기도 했고,
인사업무를 희망한다는 대학교 후배는 인사업무를 한다고 말하는 나에게
"술도 못 먹는데 어떻게 인사업무를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업무를 하면서 나는 술이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했다. 도구는 하나의 답은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인사담당자가 술을 먹어야 한다는 건 술을 먹으며 비로소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데 있었다.(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 상급자분들은 나에게 술을 먹어야 하는 이유로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구성원분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나는 차 tea를 선택했다. 그리고 차 tea에 내가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양념을 더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시대를 잘 만나서 인사업무를 오랜 시간 해올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인사업무를 해온 시간을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인사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 그 속에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
억지로 술을 먹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어했던 시간도, 술을 깨려고 지하철 한두 정거장 거리를 찬바람 맞으며 걷던 기억도 나에겐 남아 있다. 술 먹고 길거리에서 상사와 형-동생 하며 부둥켜안는 모습도 남아있다. 그들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본질로 가는 여정에서 이들은 다소 멀어지고 있었다. 원래는 아마도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내 경험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인사라는 내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시대를 잘 만난 걸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대를 경험하며 인사라는 일의 본질을 찾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