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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30. 2017

직무는 변할까?라는 생각

아니면 직무가 변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종종 오늘날 우리들이 수행하는 직무가 변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직무가 변하므로 과거 우리가 수행했던 몇 개월씩 걸려서 만들어 낸 직무분석의 결과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퇴색되어간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정말로 우리가 하고 있는 직무가 우리로 하여금 직무분석을 할 필요성을 없게 만들 정도로 변화하고 있을까요? 

변화하고 있다면 그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요?

변화의 흐름이 있다면 그 변화를 만드는 주체는 무엇일까요?


사실 직무가 변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 저마다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들 입장에서 우리들이 매일같이 하고 있는 직무가 얼마나 변했고 ,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가? 에 대해 우리들 스스로 이만큼 변했고 이런 속도로 변하고 있어!라고 말하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어제와 유사한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직무가 변한다는 말은 그냥 우리가 의례 하는 말 정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체감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HR이라는 일을 생각해보면 오늘날 HR이 하고 있는 채용이나 평가, 보상, 노무 등의 직무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닐 겁니다. 기존부터 계속되어 왔고 단지 사회적 / 기술적 환경에 따라 그 도구나 방식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해 보이기 때문입니다.(어쩌면 인공지능도 그러한 도구나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그들을 도구나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존재로서 우리들이 되려면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무언가가 필요하겠죠. ) 

반면 조금 큰 틀에서 바라본다면 관리와 통제 관점에서 성과와 성장 관점으로의 이동이나 과거 약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 방식에서 강점을 인정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의 이동 등은 우리가 수행하는 직무의 본질적 관점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면에서 직무의 변화라 말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큰 흐름의 이야기가 우리 실무자들에게 직접적인 체감으로 다가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쯤에서 글의 앞에서 던져진 세 질문을 다시 살펴보려 합니다. 


1. 정말로 우리가 하고 있는 직무는 변하고 있을까?

 - 위에서 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을 듯합니다. 

2. 변화하고 있다면 그 흐름은 무엇인가?

 - 대략 큰 틀의 관점에서 전통적 HR에서 전략적 HR로의 이동을 그 흐름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3. 변화의 흐름이 있다면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


정리해보면 직무의 변화는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실무적으로 체감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큰 틀에서 보면 전통적 HR에서 전략적 HR로 이동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일종의 선언적 성격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된다가 되겠지요. 


왜 이런 갭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에서 제시된 3번 질문에 대한 답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3번 질문에 대해 제가 드리는 답은 '직무담당자 우리들'입니다. 내 직무가 기업의 성과에 기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직무에 작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가미할 수 있을 겁니다. 직무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건 사실 그 직무를 가장 잘 아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누군가에게 일을 지시하고 관리와 통제를 하고자 했던 리더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됩니다. 리더는 이러한 직무담당자가 이끌어내는 변화가 다른 직무와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전사 관점에서의 align이 유지 / 강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찰과 피드백, 필요한 경우 실무적 선례의 실행 등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더는 경영진과 직무담당자의 연결, 소위 우리가 종종 말하는 alingment의 진행, 하는 과정을 진행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facilitator와 그 역할이 유사하지만 중립적 FT라기보다는 가치제안적 FT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직무가 변하고 있는지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큰 틀에서는 무언가 흐름의 변화가 존재하고 있고 그 명확하지 않은 갭을 줄여나가는 답을 가지고 있는 건 직무담당자 우리들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혹여나 여기에서 이러한 명분으로 기존에 과도한 야근과 같은 불합리한 현상들이 나타났다는 논리를 생각하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는 건데, 과거 우리들에게 주어졌던 주인의식이란 직무를 기준으로 가 아닌 기업이나 리더를 기준으로 판단하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더 적합할 듯합니다. 제도의 본질이나 의도를 사용자의 입맛이나 환경에 따라 바꾸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기에서 다시 질문을 하나 생각해보려 합니다. 직무담당자 자신이 직무를 만들어간다는 개념은 좋다고 한다면 만일 개인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만 하려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주로 기업의 입장에서의 이해이기도 합니다. '직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본래의 직무와 다른 성질의 추가적인 일을 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NO"를 외치기란 쉽지 않고 기업도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기란 힘든 게 우리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는 기업에서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개인이 좋아하는 일만 하기 위한 도구, 부연하면 소위 귀찮거나 번거로운 일들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앞서 align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한 관점이므로 직무가 특정 개인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직무담당자 자신이 만들어갈 직무가 무엇인가? 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글에서는 그 기준점을 '직무성과'라 부르겠습니다. 


'직무'는 우리가 이미 여러 글과 현실에서 이야기해오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라면 '성과'는 '이루어진 결실/출처 N포털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성과'는 결과물로서의 성과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CSF로서의 성과의 두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흔히 측정의 영역에서 성과 동인이라 말하는 것이 후자에 해당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개념적 정의를 관련 책에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결과지표(KRI, Key Result Indicator)는 어떤 관점이나 주요 성공요소(CSF, Critical Success Factor)에 대해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준다. 결과지표(RI, Result Indicator)는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준다. 성과지표(PI, Performance Indicator)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출처: 핵심 성과지표의 개발과 활용, David Parmenter, InterworkSolutions , p27

정리하면 우리가 기준점으로서 삼고자 하는 '직무성과'가 CSF와 적절하게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직무성과'를 기준점으로 개인들이 직무에 대해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른 행동들, 부연하면 보다 자신의 방식에 적합한 방법론과 도구들을 활용한 행동들로 직무성과에 부합하는 행동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참고로 우리에게 '기준점'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장하석 교수님의 '온도계의 철학'에 나온 이야기를 소개드립니다. 

특정한 현상이 고정된 온도에서 일어나는지 아닌지 말하고자 한다면 어떤 독립적인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각각의 제안된 고정점이 스스로 고정되었다고 선언하고 그것에 맞지 않는 모든 다른 것들은 가변적이라고 선언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안된 고정점 자체에 직접 기반을 두지 않는 어떤 표준이 필요하다. ~ (중략) ~ 지금의 편리한 표준 온도계는 과학자들이 혈온과 같이 나쁜 고정점을 배제하고 좋은 고정점을 안착시킬 때까지는 존재할 수 없었다. 
출처: 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지음, 동아시아 출판, p92~93

직무성과라는 고정점이 (사실은 용어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제가 부족해 대체할 만한 용어를 생각하지 못하여 일단 '직무성과'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HR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HR을 적용받고 활용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편리함'과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다음 글에서는 '직무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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