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영화에서 콜린퍼스는 이렇게 내뱉고 동네 양아치들을 무자비하게 참교육시킨다.
주인공이 양아치들에게 당했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지난 주말, 케이블에서 킹스맨을 보다가 문득 이 대사가 요즘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너란 사람 사이의 예의범절을 말하는데 더 쉽게 말하면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를 말한다. 유교를 전통으로 하는 한국에서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지겹게 강조되지만 어째 먹고살기 힘들어서인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소위 ‘갑질’ 문화만 봐도 요즘의 사태를 알 수 있다.
직업 특성상 직장에서 어쩔 수 없이 뉴스를 종일 봐야만 하는데 타자판을 두드리면서 국정감사 방송을 라이브로 듣고 있었다.
그런데 질의하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짜증이 올라왔다. 내용을 제쳐두고 국회의원들의 말투나 어조가 하나 같이 상대방을 겁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답변하는 공무원(주로 장관이나 관련부서 고위직 공무원)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처음부터 없어 보였다. 답변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거나 자기가 원하는 답이 안 나오면 끊고 그냥 자기 할 말만 주구장창 반복한다. 이럴 거면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국정감사라는 자리가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이 정부부처의 공무원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자리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할 수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을 예시로 들었지만 이는 고위층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난번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내가 탄 버스가 6시 정각에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 승객이 뛰어오더니 친구를 잠시만 기다려주라고 했다. 나는 이미 6시가 지난 상황이라 당연히 출발하겠거니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버스기사는 불같이 화를 내더니 출발하지는 않고 3분 정도 기다렸다. 내가 짜증이 난 건 버스기사의 말투 때문이었다. 욕설만 안 했을 뿐이지 고압적인 말투로 그 승객을 심하게 몰아붙였다. 물론 출발시간이 지나서 온 것이 민폐인 것은 사실이지만 ‘죄송하지만 이미 출발시간이고 다른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한 마디하고 출발하면 그만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승객이 출발하려는 버스를 가로막기야 할까?
물론 크게는 국가정책부터 작게는 생업과 관련된 일이라 예민할 수 있지만 사회가 점점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예의를 잊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표어가 다시금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