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피하고 싶은 것부터 먼저 받아들여라
* 이 글의 주장은 카를융의 상상력과 내 망상에 의존함
카를융은 자기실현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우리는 거대한 무의식 속의 일부 의식화된 자아를 자신의 성격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융은 사람들이 '이건 나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걸 좋아해' 이렇게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자아라고 부르고, '이건 내가 아니야' '나는 이거랑은 반대되는 사람이야' 이렇게 여기는 부분을 그림자라고 부른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거다. 그림자 또한 나다. 이걸 먼저 인정하는 사람이 자기실현에 가까운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를 예시로 들면,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다.(자아) 감정적으로 징징대는 걸 매우 극혐한다. 따라서 나 스스로도 울거나 웃거나 하는 표정변화에 민감하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1차적으론 비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나는 의식적으론 감정적인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무의식적으론 감정표현이 풍부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 그림자가 바로 감정표현이 풍부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은 그것을 강렬하게 원한다. 쉽게 말해 연인 사이에는 반대가 끌린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생물학적으로 호르몬 변화로 설명하지만, 융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자신의 그림자로 여기고 혐오했던 그 부분을 오히려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특징으로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게 빠지는 과정이다.
호르몬의 효과는 1~3년이라고 하던데.. 내 생각엔 그림자에 빠졌다 다시 의식 영역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비슷할 거 같다.
즉,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가 좋아했던 상대방의 특징은 다시 자신이 혐오하는 특징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방이 그만큼 미워진다.(역시 내 자아가 추구하던 게 맞아..! 이렇게 합리화 프로세스가 다시 작동한다)
상대방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똑같은 걸 다르게 보는 내가 변한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몇 번하면서 우리는 알아차려야 한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아니다.(물론 성찰하는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ㅋ)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하라.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상대방에게 내 그림자를 투영하지 말고 나 스스로 자아와 그림자 영역을 둘 다 수용할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다.
여기서부터는 좀 신비주의 영역이긴 한데..(과학적이진 않다는 뜻임ㅋ) 자신의 그림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복해서 자신이 혐오하는 환경에 노출된다. 즉 피하려고 할수록 더 달려든다.
예를 들어 나처럼 시끄러운 환경이 싫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매우 시끄러운;; 아이들이 둘러싼 환경에 처하게 된다ㅋㅋ 처음엔 환경을 바꾸려고 별 짓을 다해봤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지 않는다면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효과가 있는 방법은 반대였다. 오히려 받아들여라. 그리고 내가 왜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지 그 이유부터 명확히 살펴봐라. 그리고 환경을 바꿔라.(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가능하다면 이 순서가 좀 더 명확하다.
돈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싶은 사람은
잔돈 하나하나 지출에 집착하는 사람을 만날 것이고
너무 착하게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반대로 너무 악한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러니 자신부터 살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