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더 중요해졌다.
최근 변호사 임현서의 유튜브 채널 '이면서다'에서 영상 하나를 봤다. 영상 내용에 대해 말하기 앞서 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그는 대원외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에 있다.
그를 알게 된 경위는 2019년 채널A에서 방영된 <신입사원 탄생기-굿피플>이다. 8명의 인턴들이 로펌으로 출근해 치열한 경쟁에 참여했고, 마지막 2인은 로펌의 변호사로 컨펌되는 특전이 있었다. 임현서는 그중 최종 1위를 거머쥐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만 해도 대단해 보이는 이력이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AI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도 하며, 미스터트롯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다방면으로 다재다능하고, 명석해 보이는 그는 자신의 채널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영어는 수차례 반복해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내 자식을 낳으면 영어를 우리말처럼 구사하는데 많은 자원을 쏟아붓겠다. 챗GPT는 영어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하며 영어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영상들을 최근 업로드했다.
그 이유는 흥미로웠는데 바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발전 때문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기존의 데이터,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이해했던 인공지능(AI)에서 한 차원 더 발전, 기존 데이터를 학습한 뒤 비슷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창작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 분야에서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거나 가짜 인간 얼굴을 무제한 재생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배우가 드라마나 광고에 나오기도 하는 세상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챗GPT의 사용을 통해 영어 학습의 필요성이 많이 축소되었다거나 번역가나 통역가 등 영어와 관련된 일자리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 쉬이 추측한다. 이에 반해 생성형 인공지능 때문에 영어를 예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임현서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자.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세상의 많은 정보들이 영어로 쓰여있고 영어로 교환되며 이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큰 격차를 만들어낸다.‘ 또한,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도 당연히 영어로 된 것이 많을 것이고, 생성형 인공지능의 개발을 주도하는 쪽도 영미권 국가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챗GPT에게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질문했을 때 대답의 질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질문했을 때 전혀 관련 없는 해답을 주거나 맥락상 어색한 표현을 쓰는 등 챗GPT가 제공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반면 영어로 질문을 했을 때의 챗GPT는 더욱 부드럽고 적합한 표현과 문장으로 답을 주며, 문제적 상황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영어 습득 및 학습의 필요성이 과거에는 영어와 한글로 된 정보의 양 차이로 인한 헤게모니 극복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영어는 필수라는 것이다. 영어를 잘 구사할 줄 알면 짧은 시간 안에 내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파파고, 네이버 번역기가 등장할 당시에도 이젠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학생들도 “선생님, 번역기가 잘 나오는데 영어 공부를 왜 해요? “라고 종종 묻곤 했으니 말이다.
번역기를 활용할 수 있는 수행평가 활동 중에도 학생들은 표현이나 어순, 어법이 어색한 문장을 쓰기도 했다. 즉, 번역기 사용자의 영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번역기의 오류를 정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작년에 일본 여행 당시 너무나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비유적 음식명으로 가득 찬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번역기로 돌리니 한글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 차 주문을 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그때그때 번역기를 돌려야 하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의학적으로 늙을수록 사회적 관계, 활동이 중요하다고 한다. 퇴직을 하고 더 이상의 의무적 사회 활동이 사라진 노년에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고립되어 산다면 그만큼 수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인간에겐 결국 다른 인간과의 의미 있는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 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굳이 기계에 의지할 필요가 있을까? 조금이라도 더 상대의 눈을 바라 보고 진심을 담아 직접 말하며 타인과 교감하는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것을 택하고 싶다. 적어도 나는. 아무리 생성형 인공지능이 진짜 인간처럼 발전하더라도.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습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