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해지고 싶었는데
남편과 최근 들어 자주 들리는 집 근처 카페에 또 방문했다. 사랑스러운 딸과 산책을 하다 딸이 세상 예쁜 모습으로 잠이 들어서. 금요일 오후에 들러서인지 다른 날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가 앉을 테이블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테이블이 이미 사람들로 차 있었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나이대는 무조건 우리 부부보다 젊어 보였고, 입고 있는 패션 아이템이나 헤어스타일, 팔찌, 귀걸이 등 액세서리들이 남달랐다. 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지만 멋스러웠다. 거기다 애플 노트북과 블루투스 헤드셋인 맥북, 에어팟 맥스를 갖추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힙(hip)해 보였다.
남편에게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둘 다 편한 나이키 옷차림으로 유아차를 끌고 카페에 갔던 것이다.
"우리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전부 사람들이 힙하다 힙해."
그러자 남편이
"남편 취향이 좋지? 감도가 높아서 말이야."라며 우쭐댄다. 이 카페는 연애 때 남편이 나를 데리고 와 준 곳이다.
육아만 하다 한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힙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한편으론 살짝 울적했다. 그 카페를 찾은 여성들 중 유일하게 나만 크게 스스로를 신경 쓰지 않은 듯한 나이키 옷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앉아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동시에 자극이 되었다. 나도 힙해지고 싶다, 힙해지겠다는 어쩌면 철없어 보일 수도 있는 그 다짐이란. 그리고는 바로 남편에게 말해버렸다. 힙해지고 싶다고. 힙해지겠다고.
그런데 문득 힙하다는 표현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마치 어린 아가들이 언어를 배울 때처럼 TV 연예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들에서 자주 '힙하다'라는 표현을 들었기 때문에 그 영상 속 상황과 그 표현이 매칭되어 대충 그러한 상황에서 그러한 느낌이 들 때 쓰는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습득되었고, 실생활에서 그 표현을 나는 쉽게 써왔었다.
형용사.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힙스터스럽다'를 줄인 말이며, 형용사로 쓰인다. 새로운 것을 지양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힙스터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유행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였다. (출처: 나무위키)
원래 아편을 뜻하는 속어 hop에서 진화한 hip, 혹은 hep이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1940년대의 재즈광들을 지칭하는 슬랭이었다고 한다. 한 세대가 지난 1990년대 이후,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을 힙스터라고 부르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시카고의 위커 파크(Wicker Park)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미션지구(Mission District)에 많은 수의 힙스터들이 거주하고 있다.
힙스터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는 쫄청바지, 무기어 자전거, 담배, 질 좋은 차와 커피, 크래프트 맥주, 인디 음악, 독립 영화 등이 있고, 힙스터들이 추구하는 멋은 ‘노력하지 않은 멋’이다. 다듬지 않은 머리카락, 깎지 않은 수염, 뿔테 안경, 딱 붙는 하의, 늘어난 상의, 빛바랜 체크무의 셔츠와 같이 소탈한 맵시를 중시한다.
씻지 않은 듯한 모습과 몸에 새긴 문신, 애플이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과 채식주의자가 많다. 이 밖에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 지역의 작은 커피 전문점에서 산 커피 컵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힙스터 문화에서 시작해 대중적인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드립커피, 비건 전용 식품 등 채식주의 전용 식품과 채식 위주의 요리 등이 있다. (출처: 위키백과, 나무위키)
결국 힙하다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편한 룩을 선호하면 그것을 쭉 밀고 나가는 것이 힙스터였던 것이다. 인디밴드를 하고 있는 조휴일은 힙스터의 정점은 시간문제일 뿐 결국 운동복 같은 게 있지 않을까라며 다들 처음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추구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피곤해졌고 나중에는 남들이 안 하는 걸로 가야만 겨우 눈에 띌 수 있을 정도로 힙스터 포화상태가 되었을 때, 운동복 힙스터들은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등장할 것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힙스터들이 추구하던 개성과 주류 문화와의 다름들이 점점 대중문화로 편입됨으로써 힙하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 혼란이 다소 있었던 것 같다. TV나 매거진 등 매체를 통해 평소에 보던 것과 생소한 것들이 그저 쿨 해 보여서 뭔가 멋있어 보여서 그럴 때마다 다수의 사람들이 힙하다고 해왔고,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조금은 다른 어떤 것을 입고 있거나 색다른 어떤 것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힙하다는 표현을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써온 것 같다. 심지어 원래 뜻과 정반대로 트렌디해 보이거나 멋있어 보일 때도.
힙해지고 싶어서 힙하다는 표현과 힙스터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결국 내가 힙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나는 비싼 옷을 잘 사지도 않는 편이며 나에게 맞는 따뜻한 느낌의 색감에 편한 옷을 선호하는 편이다. 또, 몸매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비칠 수 있는 정도의 타이트한 옷 또한 좋아한다. 비싸고 유명하고 남들 다 아는 명품 옷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체형을 잘 보완해 주면서도 돋보이게 하는,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주는 패션 아이템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명품 가방 하나도 없다. 즉, 유행에도 잘 휘둘리지 않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에는 따라가는 것보다 이해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결국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나이키 기본 블랙 티셔츠에 살짝 유려한 선의 블랙 롱치마, 그리고 남편이 나의 생일 때 선물해 준, '지적이다'라는 형용사를 겉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아넬형 와인색 안경을 끼고 노트북을 열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하고 있다. 좀 더 나라는 사람의 힙함을 보여주기 위해선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친환경 제품 사용을 늘리는 것. 에코백, 카페에서도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철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는 것. 그리고 동물 복지에 최근 관심이 생겼는데 좀 더 공부하고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마침내 내가 힙스터였고 힙했다는 생각으로 당도했다. 카페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부러워한 것은 정확하게 그들의 힙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육아 생활과는 비교되게 그들은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그것이 주는 왠지 화려한 분위기와 오라(aura)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