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더니...
남편과 연애 때 구미 여행 중 들렀던 '삼일문고'가 생각났다. 마침 주말이니 가보자는 남편의 제안에 선뜻 동의했다. 서점에 간다는 것은 항상 설렌다. 똑같은 서점에 매일 가도 그렇더라. 새로운 지식과 세상의 이치들이 가득 차있는 곳에 들어가 앎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알아가는 그 독서의 과정에 몰입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는 곳, 그곳이 서점이니까. 그래서 서점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심장이 미세하게 조금 더 빨리 뛰는 듯하다.
삼일문고에 도착했다. 이 문고를 수식하는 어구가 있었다. '나를 더 나답게'와 '가장 가까운 세계'. 그럴 만도 하다. 독서라는 행위를 유도하는 서점이란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책을 탐독함으로써 더 나다운, 또는 나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며, 현재 내가 있는 이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책 속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곳이니까. 삼일문고는 어쩌면 다른 서점들보다 더 이를 용이하게 해주는 곳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집과 가까운 서점을 두고 일부러 이곳을 찾는 것 아닐까.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딸을 유아차에 태우고 서점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들의 책 등을 유심히 읽어보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터. 솔직하게 말해서 서점에 가는 이유는 책을 사기 위함이 아니다. 장차 읽고 싶은 책들의 리스트를 채우기 위함이다. 북리스트를 채워갈수록 아직 읽지 않았음에도 마음에 봄바람이 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독서 자체에 대한 재미와 앎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느낌 아닐까.
다시 말하면, 책을 사지 않는 편이다. 종이책이든 이북(e-book)이든. 대신 북(book)세권에 위치한 덕분에 지역도서관이나 이북리더기를 통해 전자도서관을 이용, 또는 밀리의 서재와 같은 구독 플랫폼을 활용하여 독서를 한다. 책을 굳이 사게 되는 경우라도 종이책보다는 이북으로 사는 편이다. 종이책이 쌓이면 그만큼 집에서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멕시멀보다는 미니멀리즘을 통한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이다. 이북은 아무리 많이 쌓여도 공간을 침해하지 않는다. 물론, 이북이 가지는 단점 또한 없진 않지만.
또, 육아를 하면서 종이책보다 이북리더기 사용이 더 많아졌다. 딸이 자는 시간에 보통 책을 읽는데 종이를 넘길 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밤에는 특히 독서를 위해 전등을 켜는 것도 딸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딸을 재우고 눕독(누워서 독서)하는 경우가 많아 무거운 종이책보다는 가볍고 단출한 이북리더기가 훨씬 편리하다. 더더욱 서점에서 종이책을 살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남편은 온 김에 기념으로 한 권 사 줄 테니 원하는 책이 있으면 고르라고 했다. 남편 용돈이 아니라 생활비로 사주는 것이지만. 안 그래도 삼일문고에 오기 전부터 실제로 종이책으로 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다. 서적 검색 모니터로 향해 그 책의 위치를 확인한 후 찾으러 갔다. 아쉽게도 비닐로 쌓여 있어서 책 내용을 훑어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가격이 19,800원. 선뜻 사겠다고 책을 잡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흠칫 놀랐기 때문이다. 결국 사지 않고 돌아왔다. 정 사고 싶으면 이북으로 사야겠다는 마음에. 이북으로 사면 몇천 원 더 저렴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그다지 싸지도 않은 금액을 지불해 가며 책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책이든 이북이든. 나의 경우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일회독이 아니라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소장가치가 있어서. (다독)
둘째, 도서관의 도서 예약 기간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읽고 싶어서. (책의 재미/매력)
셋째, 밑줄을 그어가며, 메모를 하면서 그 책의 내용을 공부하고 싶어서. (전문성/정보성)
넷째, 도서관 도서 대여 기간이 짧게 느껴지고, 장기간의 독서 기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어서. (정독)
다섯째, 그저 작가가 좋아서. (작가의 매력)
여섯째, 어떤 특정 문장에 탁 위로받고 공감받는 느낌이 들어 사야겠다는 결심이 들어서. (문장의 매력)
책을 왜 사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사람들이 여러 번 읽고 싶은,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읽고 싶은, 도움 되는 전문적 정보들이 가득 담긴, 천천히 음미하며 꼼꼼히 읽고 싶은, 읽기 쉽거나 읽기 좋은 문장이 담긴 글을 그리고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과 책이 사람들에게 어떤 중요한 의미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니까. 되도록이면 그런 것들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독서와 글쓰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작가로서 나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다운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매일 매 순간 가져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쉬운 핑계를 대며 게을러지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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