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쁨
엊그제 있었던 일이다.
340번 버스를 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하남 쪽에서 출발해 강동구 송파구 구간을 두루 지나는 버스 같았다. 러시아워를 지나서인지 버스 안은 조금 헐렁했다. 빈 좌석도 몇 개 있었다. 두 정류장만 가면 내리기에 좌석에 앉기도 뭐 해 하차하는 문 옆에 서있었다.
잠시 후, 대략 70대 중반 쯤 돼 보이는 여자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으며 버스에 올랐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좌석을 찾았다. 기사는 출발하지 않았다. 뒤쪽에 있던 승객은 마음이 급했던지 휴대폰으로 시각을 확인하는 듯했다. 사실 나도 출근이 늦어질까 조바심이 일긴 했다. 그때, 내 뒤에 있던 젊은이가 꾸벅꾸벅 조는 아주머니 어깨를 슬쩍 치면서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주머니는 깜빡 조느라 상황 파악이 늦었다며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기사님은 노인에게 목적지를 묻고 정류장 도착하더라도 버스가 완전히 멈춘 후 일어나라고 당부했다. 아주 천천히 버스가 출발했다. 기사님은 " 출근이나 용무가 급하신 승객이 많으실 텐데,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리 양보하신 아주머니도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천천히 가도 저 어르신은 넘어지실 수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 감사합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런 걸 소확행이라고 하는 것일까.
고여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순환되는 물은 언제나 맑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껴서인지 유월의 아침이 더욱 싱그러웠다.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 주신 버스 기사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