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문제 속에서 살아간다.
어릴 때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감정의 문제부터
학생 때는 성적의 문제를 끌어안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더 크고 복잡한 문제 앞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사칙연산에서 시작한 수학은 점점 고등수학의 고난도 공식을 외워야 하고 이해해야 만이 풀 수 있는 것이다.
문제를 보고 풀기도 전에 벌써 머리부터 아팠던 경험이 대부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잘 푼다고 해서 인생에서 만나는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답이 없는 인생의 고난도 문제를 술술 풀어가는 수학자가 있다.
그가 만든 기쁨공식에 문제를 대입하면 감사와 더불어 웃을 수 밖에 없는 정답이 도출된다.
김인강 교수의 <기쁨공식> 표지에는 장애를 딛고 인생을 기쁨공식으로 풀어낸 한 수학자의 자전 에세이라고 소개한다.
“내겐 두 다리로 서 본 기억이 없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소위 말하는 앉은뱅이가 되었다.
비료부대 위에 엎드려 한 손으로는 땅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대를 잡아끌며 흙바닥 위를 다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그들은 내가 거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달랐다.” 16쪽.
복숭아 과수원의 가난한 부모,
힘겨운 삶을 술로 달랬던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언제나 도망칠 준비를 했던 형제들,
아버지의 술주정이 시작되면 어머니나 누나의 등에 업혀 도망쳐야 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엄마 등에 업혀 찾았던 초등학교에서는
입학거부를 당했고 인강이를 갖다 묻어 버리라는 아버지의 괴롭힘에도 어머니는 끝까지 품고 사랑해 준다.
11살, 재활원을 알게 되어 처음으로 집을 떠난 인강은 눈물을 삼키며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만난 최화복 선생님은 인강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기술보다는 끝까지 공부할 것을 독려하며
일반 중학교를 찾아서 설득하고 사정하여 입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십몇 년이 흐른 뒤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백발을 날리며 여전히 재활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셨다.
선생님은 나의 인생여정을 소문으로 듣고 알고 계셨다. 내가 대학교수가 된 것을 당신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46쪽.
가난과 장애와 편견, 또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는 삶의 고뇌, 인생의 문제들을 풀어내느라 방황했던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통의 젊은이들이 겪는 인생고민에 몇 가지
더 얹힌 그의 아픔과 번민이다.
서울대 시절, 신림동 반 지하 방에서
아픈 몸 뒤척이며 방황했던 시간과 지쳐가던 그를 일으켜 세웠던 기독교 신앙과의 만남, 지성과 영성이 어우러진 동문들과의 공부와 교제는 인강이 새로운 눈을 뜨고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게 한다.
미국 버클리로 유학을 가서 이성의 꽃이라 불리는 수학을 공부하며 만났던 천재 학자들 이야기와, 함께 공부하며 사귄 각국의 친구들 소개는 국적과 민족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알아가고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학문에 대한 마음의 태도와 그 학문을 통해 깊어지는 사람관계, 삶의 그 이야기가 너무 아름답게 다가와 사람 만남이 꼭 예술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밑바닥 삶의 수준에서 희망의 빛을 키우고 이제는 널리 그 빛을 점화시키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는 나날이 더 복잡해지고 당면한 문제는 풀수록 그 난해함이 더해지는 이때, 아름다운 공식을 발견한 멋진 수학자의 ‘기쁨공식’을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에 대입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