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에 둘려있는 얼굴이 너무 해맑다.
서른 살, 그가 있을 자리는 아닌 듯한 곳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빈소에는 그가 좋아했던 축구화와
아이스커피가 놓여 있고 애착 인형들인 것
같은 곰돌이 인형들이 주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다 큰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허망한
눈길로 바닥만 바라보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저리다. 무슨 말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손만 꼭 잡아드렸다.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채우고 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리라.
삶과 죽음의 경계가 생각보다 참 가깝다는
생각을 경험상으로도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고로 하루아침에 겪는 이별이라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3년 전, 남편을 보낸 후 정신없이
일 년쯤 지났을까 어느 순간 그의 목소리가
너무 그리웠다. 어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평생을 못 만난다 하더라도 저 멀리
지구의 반대편이든지 아니면 깊은 정글
속에라도 그가 살아있고 전화 한 통이라도
가끔 할 수 있다면 힘을 내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주고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그리 힘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비록 의견이 안 맞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관계라 할지라도 대화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옆에 살아있다는 것이고 존재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젊은 친구의 갑작스러운 주검 앞에서
생각보다연약한 인간관계의 끈을 돌아본다.
평생을 함께 하며 같이 늙어가기를 약속한
사람도 어느 날 홀연히 떠나간 게 허망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 내 곁에 함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특별히 뭔가를
해주든 그렇지 않든 동시간대에 숨을 나눠
쉴 수 있고 가벼운 인사말을 나눌 수 있어도
좋은 관계이다.
내 곁에 있는 누군가와 더 많이 이야기하고
고마워하며 감사할 수 있기를 오늘 또 한 번
마음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