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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Jul 27. 2024

대화할 수 있다면

-마음 나누기

꽃에 둘려있는 얼굴이 너무 해맑다.

서른 살, 그가 있을 자리는 아닌 듯한 곳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빈소에는  그가 좋아했던 축구화와

아이스커피가 놓여 있고 애착 인형들인 것

같은 곰돌이 인형들이 주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다 큰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허망한

눈길로 바닥만 바라보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저리다. 무슨 말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손만 꼭 잡아드렸다.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채우고 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리라.


삶과 죽음의 경계가 생각보다 참 가깝다는

생각을 경험상으로도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고로 하루아침에 겪는 이별이라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3년 전, 남편을 보낸 후 정신없이

일 년쯤 지났을까  어느 순간 그의 목소리가

너무 그리웠다. 어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평생을 못 만난다 하더라도 저 멀리

지구의 반대편이든지 아니면 깊은 정글

속에라도 그가 살아있고 전화 한 통이라도

가끔 할 수 있다면 힘을 내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주고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그리 힘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비록 의견이 안 맞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관계라 할지라도 대화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옆에 살아있다는 것이고 존재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젊은 친구의 갑작스러운 주검 앞에서

생각보다연약한 인간관계의 끈을 돌아본다.

평생을 함께 하며 같이  늙어가기를 약속한

사람도 어느 날 홀연히 떠나간 게 허망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 내 곁에 함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특별히 뭔가를

해주든 그렇지 않든 동시간대에 숨을 나눠

쉴 수 있고 가벼운 인사말을 나눌 수 있어도

좋은 관계이다.


내 곁에 있는 누군가와  더 많이 이야기하고

고마워하며 감사할 수 있기를 오늘 또 한 번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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