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장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내 곁을
지나갔던 시간,
느긋한 혼자에서 둘이 되고, 그리고 셋이
되었던 순간까지 완만하게 흐르던
시냇물 같았다.
어렵게 첫 딸을 낳고 가졌던
삶의 포만감이 일기장에 가득하다.
봄기운에 온 대지가
기지개를 켜며 온갖 생명의 기운을
내뿜듯이 삶과 생의 경이로움이
내 주위를 감돌았다.
아이를 낳는다는것, 한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출산을 하고 밤낮이 바뀐
아이 육아를 하며 새삼 '엄마'라는 이름에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엄마라는 이름을 황홀하게 느껴서 더 대비된
것일까 그리 만난 첫 아이는 엄마의 애가 타는
사춘기 시절을 지냈다.
학교에 안가겠다는 아이와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다. 결석일수가 점점 늘어나고 학교적응이
도저히 안될것 같은 상황에서 새벽마다 엎드려 울며 기도할뿐이었다.
나보다 더 우리딸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그 분이 우리딸의 앞길을 인도해
주시길 간절히 부르짖었던 눈물바람의
시간들이다.
학교를 안가니 그 많은 시간,
아이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러 밖으로
돌았다. 공부하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
면 학원가기 바빴고 우리 아이와 놀 수 있는
친구들은 주로 자기와 비슷한 학교 부적응 아이들인 듯 했다. 혹여 비행 친구들과
어울릴까 노심초사 하던시간, 아이를
믿어주지 못하고 나는 휴대폰이 불이나게
전화를 해댔던 엄마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만큼 자란다고
했던가!
도저히 학교로 돌아갈 희망이 사라져갈
즈음 한 번 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에 전학을 의뢰
했는데 결석일수가 너무 많아 전학이
불가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딸아이의 학교문제를 교회 목사님과
상담하게 되었고 전에 전학이 불가하다고 했던
그 학교 교장선생님을 목사님과 함께
찾아뵐 기회가 생겼다.
목사님과 친분이 있다는 교장선생님께
"부모가 신실합니다. 전학의 기회를
주시면 좋은 학생으로 성장할 겁니다."
목사님이 간곡하게 부탁을 드릴 때
나는 목이메어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딸아이의 학교 부적응 상황,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끊임없이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중학교 때 잠깐 알던
아이가 주도적으로 따돌림과 폭행 등.
힘들게 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부모에게 알리거나 선생님께 알려도
도움이 안되고 더 힘들게 된다는게 대부분
피해 아이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너무 기가막히고 딸아이가 안쓰러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우리 아이의 상황을 묵묵히 듣고 계시던
교장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학교 부적응으로 우울한 시기를 지내다가
목숨을 끊은 동생 이야기를 하시면서...
딸아이의 먼저 학교에서 전학에 필요한
서류를 떼어 오라신다. 이 학생에게 기회
를 한 번 주시겠다는 말씀과 함께.
내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